한복, 한류잇는 k-패션…아이러니하게 엇갈린 두 시선 [김민정의 시스루]

입력 2014-01-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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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질경이 우리옷

“외국인들이 한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며 파티에 입고가기도 한다. 결혼할 때도 입기도 하고 재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오페라나 음악회에도 입고 간다. 매장을 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해외의 경우 부가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보다 약 3배가량 한복가격이 비싼데도 인기가 좋다” 질경이 우리옷 이기연 대표가 약 10년간 해외 패션쇼와 컬렉션, 수출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경험담 중 일부다.

우리의 전통의상 한복이 한국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훨씬 좋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페라, 파티, 결혼식 등 격식을 차려야하는 자리에서 왕왕 한복 입은 외국인들을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격식을 차려야하는 곳에서 양복, 드레스 등 서양식 옷을 입은 한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식적인 행사에 한복을 입고 나타나는 사람을 오히려 ‘왜 한복을 입었지?’라는 시선으로 의아하게 바라본다. 명절에도 마찬가지다. 한복 입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참으로 우리 고유의 우리 옷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홀대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11년 신라호텔 한복 출입거부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가 한복을 입어 호텔 뷔페식당 출입 금지를 당했다. 이유는 한복의 치마폭이 넓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였다 . 이에 소설가 이외수 씨는 “신라호텔, 한복 입은 손님 푸대접. 전라로 다니라는 뜻인가요. 한복이 위험하다니, 상류층 중에는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흉기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군요”라고 사건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신라호텔은 공식사과하고 이부진 대표이사는 이혜순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대중 사이에서도 ‘한복은 결혼식 때 입는 옷’으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100만원에 호가하는 서양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옷을 구매할 때는 거침없이 지갑을 열어젖히지만, 30~50만원 선의 돈이 아까워 일생일대의 한 번뿐인 결혼식에서 한복을 빌려 입고 마는 문화가 만연하다. 저고리, 바지, 마고자, 배자, 당의 등 한복의 구성과 우리 옷을 입는 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외국에서 들어온 양장이나 정장의 경우 커프스버튼(소매 단추. 와이셔츠의 소맷부리를 여미는 장식적인 단추)이나 행커치프(양복 가슴 포켓에 장식하는 작은 천)까지 갖춰 입는 사람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족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20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 전통 의상은 등한시하는 것이다.

▲사진=SBS

민족 대명절인 설날도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설빔으로 한복을 지어 입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연 한복을 보고 감탄해 눈물을 흘릴 한국인이 있을까. 전통문화를 계승시키고 바꾸는 것은 자국민의 몫이다. 문화는 자국에서부터 꽃피어 확장돼왔다. 한류의 주역인 K-POP과 K-DRAMA가 그랬다. K-FASHION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것을 보고 우리가 열광하지 않은데 어느 누가 우리 것을 알아주고 사랑해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것을 잃어버린 채 외국 문화를 쫓고 그 세계에 젖어든다면 진정한 세계화는 없다. 겉과 속이 다른 한류는 무의미하다. 전 세계인이 한류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를 확장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첫 번째의 몫이 우리에게 있음은 불변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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