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항거의 정치행위와 문제해결의 리더십-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입력 2013-12-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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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이 있듯이 선거와 같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정치행위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비합법적이고 폭력적인 형태의 정치행위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현재 선진 자유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서유럽에서는 19세기 이전까지, 동유럽에서는 20세기까지도 도시폭동이나 농촌봉기가 대중 정치 참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선거가 폭동과 같은 폭력적 정치행위와 구별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사회화되고 제도화된 형태의 대중 정치행위라는 점이다. 선거는 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중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정치행위이다. 시민들은 법에 의하여 권리가 제한되어 있는 상태가 아닌 한 누구나 평등하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누가 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로써 국민은 정부의 정책이나 그 정책을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안 및 활동 방향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다. 선거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정부의 정책 과정에 정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는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한다. 즉, 국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들이 정부에 의하여 통치되어도 좋다는 동의를 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자발적 동의를 통해 위임한 권한을 사용하여 사회의 상충되는 이익들을 조정하고 정리할 수 있다.

평화롭고 제도화된 정치참여의 길이 있어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거나 확대하기 위해 비합법적이고 폭력적인 정치행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항거적 정치행위를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비합법적이고 항거적 정치행위라 하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한 이들도 진정한 정치적 약자는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기득권층의 한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명분과 목적을 가진 항거행위는 역사 발전에 기여하였다. 특히 제도적인 통로를 통해 의사를 표출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약한 대중들에게는 항거적 정치행위가 자유와 복지를 성취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이 일궈낸 많은 역사적 진보나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명분과 목적을 가졌더라도 비합법적이고 폭력적인 정치행위는 사회안정을 해치고 국가 공권력에 위협이 된다. 하물며 편협한 특수 이익을 수호 또는 확장하기 위한 항거적 정치행위는 공공의 적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견은 선거와 같이 사회화되고 제도화된 정치행위 또는 다양한 합법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표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2014년을 맞이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우리 사회는 지금 항거의 정치행위로 평온하지 않다. 함께 힘을 모아 미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나아가도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운 때다. 마찰과 충돌로 사회적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이 안타깝다. 이런 때에 필요한 리더십은 단순히 좋은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비전을 구현해야 할 현실의 제약점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최적의 실행 방법을 찾아내는 전략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전체 구성원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비합법적 항거 정치행위라고 하더라도 사회에 분열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력을 낭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그렇기에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참고 기다리면 해결될 일도 아니다. 비합법적 항거행위일수록 여론의 틈새를 파고든다. 국정에 대한 국민의 깊고 광범위한 신뢰가 있을 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국민 사이의 의사소통을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의 요건으로 꼽았다. 작은 정책 하나를 만들고 실행하더라도 국민과 정책 형성자 사이에 자유롭고 공개적인 의사소통이 있으면 비합법적 항거의 정치가 설 땅이 없어진다. 의사소통은 정책의 형성, 실행, 평가과정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핏줄과 같다. 이것이 마비되면 국정이 힘을 잃고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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