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철도파업, 화 키우는 정부 대응- 정재석 사회생활부장

입력 2013-12-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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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논란’을 둘러싼 철도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노조는 ‘민영화 반대’라는 여론을 동력삼아, 정부는 ‘무관용 원칙’을 재천명하며 양쪽 모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 22일 오전 철도노조 파업의 지도부 검거를 위해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경향신문 건물에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총파업 예고와 함께 ‘박근혜 정부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정부가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사상 첫 공권력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실익은 없고 여론 악화만 부른 꼴이 됐다.

정부가 철도파업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민주노총 본부에, 그것도 언론사 건물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조치였다. 지도부를 검거했더라도 그렇다.

철도파업 장기화에 따른 민심이 하나둘 노조를 떠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악수(惡手)’가 여론 급반전을 초래했다.

정부의 섣부른 대응으로 파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물리적 충돌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처음부터 철도노조와 정부가 제대로 된 대화와 한 치의 양보 없이 강 대 강(强 對 强) 대립 국면을 이어갔다.

노사정 모두 양보 움직임 없이 오히려 강수에 초강수로 대응하는 형국이었다.

정부는 초기부터 불법 파업이라며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코레일도 파업 첫날 노조 집행부 194명을 업무 방해로 경찰에 고소한 데 이어 3일째 6000명에 달하는 조합원에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법원에 철도공사 이사회가 결의한 수서발 KTX 운영 주식회사 출자와 관련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대응’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첨예하게 맞섰다.

노사정 모두에게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진정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갈 데까지 가 보자’라는 고집과 불신만 팽배했다.

국민은 궁금하다.

철도노조가 정말 ‘민영화’를 우려해 파업에 나섰는지, 또 정부가 ‘민영화 없다’는 믿음을 노조 등에 심어주지 못하고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까지 하는지 말이다.

노조는 수서발 KTX 별도법인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했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요금 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철도 민영화에 찬성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노조 주장에 의문이 든다.

설령 민영화가 되더라도 요금 부담 등은 국민에게 지워지는 데 그것을 왜 노조가 걱정하는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8.1% 임금인상 △60세로의 정년 연장 △승진적체 해소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부 압박용으로 ‘민영화 반대’ 카드를 꺼낸 것이라면 ‘국민을 볼모로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일례로 지난 17일 노사 교섭이 타결된 서울지하철노조의 경우를 보면 그동안 코레일의 ‘민영화 반대’를 지지한다고 하면서 임금 인상 등 5개 사안의 노조 요구가 관철되자 민영화 반대지지 선언은 오간 데 없고 예정했던 파업도 철회했다.

반대로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노조를 설득하지 못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정부와 회사 측은 대화보다 파업 참가 노조원 대거 직위해제와 노조 지도부 검거에 나서는 등 강경 일변도로 노조를 압박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정부는 노조가 요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대해 무조건 배척한 것도 잘못이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는 절대 없다”고 아무리 공언해도 노조가 미심쩍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국가기간시설인 철도를 민영화할 수 없다는 노조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혹여 이번 파업이 ‘철밥통 챙기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엄존하고 있음을 노조는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설득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법 파업’ 명분만 고집하며 노조를 압박해서는 안된다.

우리 쪽이 먼저 굴복할 수 없다는 강경론, 한쪽의 무조건 항복만을 주장하는 비타협론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장기화한 철도파업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국민이다. 국민에게 불편을 더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 염치가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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