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6000억 달러 수주] 내년 4조원 손실처리 위기 ‘저가 수주의 저주’

입력 2013-12-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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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올 1분기 5354억 영업손실… 삼성엔지니어링 누적적자 1조 기록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건설 시장 진출 반세기만에 누적수주액 6000억불을 달성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누적된 건설사들의 저가 수주가 발목을 잡으며 업계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사진은 GS건설이 시공한 UAE 그린디젤 현장. (사진제공=GS건설)

최근 건설업계를 먹여살리는 원동력은 ‘해외건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걸맞게 최근 현대건설은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000만 달러의 금자탑을 쌓았고, 한국 건설산업의 해외건설 수주누계액은 6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업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적 만능주의의 결과로 최근 일부 건설업체들의 저가 수주가 대규모 적자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어닝쇼크, ‘올 것이 왔다’

해외건설산업이 수주누계 6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대표 성장동력’의 입지를 확인했다. 특히 1965년 11월 태국에서의 수주 이후 1993년 4월까지 첫 1000억 달러를 기록하는데 27년 6개월이 걸렸지만 지난해 6월 5000억 달러 달성 이후 추가로 1000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는 1년 6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수주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건설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자 해외건설 시장을 돌파구로 삼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국가를 중심으로 대형 플랜트 공사들을 대거 수주하며 해외건설이 외화 획득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적 우선주의로 인한 저가수주 물량이 대거 노출되며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는 이중성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6대 건설업체의 영업손실은 167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1조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후 적자로 돌아섰다. 2004년 74억 달러에서 2010년 715억 달러(계약금액)로 6년 만에 10배 가까이 급성장한 해외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건설업계에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은 GS건설이다. 국내 대형사 중 하나인 GS건설은 올해 1분기에 53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갑작스런 어닝쇼크(실적이 예상보다 나쁜 것)에 건설업계와 주식시장은 얼어붙었다.

GS건설 실적 부진은 결국 해외 저가수주 때문이었다. GS건설은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만 55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또한 한때 삼성물산 건설부문보다 더 나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호평을 받던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해외 저가수주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에 매출 1조9445억원, 영업적자 7468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2108억원 적자, 2분기 887억원 적자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누적적자(1조463억원)가 이미 1조원이 넘었다.

국내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도 수익성 없는 공사를 마구잡이로 수주하다가 2000년에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도 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지난 1·2분기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부실 요인을 선(先)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가·덤핑 수주'로 추가 손실이 나올 사업장이 여전히 쌓여 있다는 게 해외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에 준공하는 해외건설 공사는 740억 달러 규모로 역대 최대"라며 "이 가운데 최소 40억700만 달러(4조2554억원) 정도가 손실로 처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유 있는 저가수주

올해 초 GS건설의 어닝쇼크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앞다퉈 해외 저가수주를 지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건설시장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해외시장 개척 외에는 뚜렷한 신성장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저가수주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일부 물량의 경우 국내 건설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저가수주’는 당분간 근절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이를 악용해 일부 해외 발주처는 일부러 국내 건설사들끼리 입찰을 붙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의 특성도 저가수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건설사들의 경우 다른 제조업보다 엔지니어 등 핵심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호황기에 충원된 인력을 불황기에 접어들었다고 쉽게 구조조정하지 못한다. 결국 수주가 없어도 인건비는 별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손실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계속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2009~2010년 중동에서 플랜트 '저가 수주'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택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공공발주 물량 역시 크게 줄었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은 앞다퉈 중동의 플랜트 수주에 뛰어들었고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입은 손실이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저가수주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력 위주의 입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건설업계는 주장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공공물량의 경우 대부분 최저가낙찰제로 건설사들이 기술경쟁보다는 가격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술력을 평가하는 입찰제로 전환돼야 건설사들이 고부가가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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