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전통 위에 첨단을 입히다…유과와 청국장

입력 2013-12-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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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11

유과와 청국장에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깊은 맛이 배어 있다. 음식문화뿐만 아니라 생활양식까지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지금도 시장 수요가 꾸준하다. 하지만 보통 손이 많이 가는 식품이 아니다. 품질을 높으면서 유과와 청국장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농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국립농업과학원의 본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소규모 농가단위의 유과와 청국장 가공기술을 실용화하는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 가공업체의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해 소득향상에 일조할 수 있게 된다. 신기술과 신기기 보급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농가소득을 높이고 전통음식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 본 연구사업의 목적이다.

▲품질은 높이고 제조과정은 간편하게

강정이 만들어지기까지 보통 20번의 이상의 공정이 필요하다. 중간에 기기의 도움을 받지만, 공정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본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제조 과정 간편화와 실용화에 집중되었다. 기기 도입으로 작업의 편리성과 품질향상을 이루는 것도 포함시켰다.

강정은 튀겨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연구진은 ‘굽는’ 과정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제조공정이 간편해지고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 저장기간도 늘어난다.

청국장 제조 과정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특히 청국장은 특유의 향이 상품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냄새의 불편함을 없애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 맛을 만들어 내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생청국장을 이용해 소스타입의 스프레드나 우리가 흔히 먹는 ‘쌈장’ 개발에 나섰다. 청국장의 영양이나 효과는 입증되었기 때문에 상품성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국립농업과학원 김진숙 연구관은 “대부분 소규모 가공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간편한 제조기술과 다양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틈새시장 공략과 가공업체 소득향상

국립식량과학원과 경기도농업기술원, 충남도농업기술원은 역할 분담을 하고 현장접목을 진행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강정과 청국장에 대한 기술을 가공업체에 보급했고, 지역 농업기술원은 기술 내실화를 도울 기기를 지원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가공업체에 지원한 ‘2단 터널 오븐기’는 강정 제조기술의 특급 도우미다. 강정을 굽는 오븐기는 작업자의 시간과 노동력을 줄여줘 생산성을 높인다. 함께 보급된 ‘반데기절단기’와 ‘자동시즈닝’도 가공업체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준다. 반데기 절단기는 구운 한과와 유과에 모두 사용할 수 있어서 효율이 높다.

가공업체는 지원받은 기기를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안착시키려고 힘을 쏟았다. 2단터널오븐기로 상품성을 좌우하는 ‘팽화력’을 높이기 위한 실험을 거듭했고, 오븐 입출구 밀폐, 반대기별 최적온도 등의 추가적 실험을 진행했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은 가공업체에 청국장을 편리하게 제조할 수 있는 기기를 제공했다. ‘수직배합기’는 고속으로 원료를 배합시키고 ‘수평배합기’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혼합시켜준다.

전통적인 배합 공정은 장류특성상 점도가 매우 높아 작업이 고되고 힘든 반면, 골고루 섞이지 않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기계는 그런 단점을 모두 해결해주었다.

▲작업시간 단축, 품질향상과 상품개발에 주력

가공업체들은 연구진이 제시한 기술과 기기에 따라 제조공정을 실용적으로 조정했다. 강정 가공업체들은 팽화력과 균일성을 높였다. 반데기 모양을 ‘방울’이나 ‘삼각’으로 변형시키기도 했다.

제조과정에서는 기기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작업시간을 상당 부분 줄여 품질향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물한과의 문성균 대표<사진>는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지 않으면 좋은 전통제품을 만들 수 없다”며 “현장접목을 통해 그동안 고민거리가 많이 해소되었다”고 말한다.

청국장 가공업체는 [강소농 연재]거듭된 시행착오 끝에 제품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삭농원은 청국장을 활용한 쌈장과 비빔장 개발에 성공했다.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원료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맛과 영양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두향농산은 청국장과 함께 샐러드용 드레싱(발사믹 소스와 약간의 식초 가미)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여러 차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반응이 좋아 상품화에는 무리가 없다.

▲노동력 절감은 기본, 다양한 상품개발도 가능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노동력 절감과 제조공정 단축이다. 두 가지 성과는 다시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대 기대감을 부풀렸다.

강정의 튀김공정이 오븐기에 이해 구운 공정으로 바뀌면서 생산체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시간과 인력이 절감되고 품질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구운 공정과 자동화기기는 (50% >> 20%) 정도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왔다.

강정은 과자 대용으로 찾는 소비자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명절에 판매가 집중된다. 가공업체는 명절 전에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해야 한다. 현장접목 이후 예전보다 많은 주문량을 받을 수 있어 수익성을 한껏 높일 수 있다.

청국장 가공업체도 현장에 접목된 기기를 활용해 (50%>> 20%)의 노동력 절감효과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공업체의 성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신제품 출시로 판매품목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기대수익까지 올라갔다. 그동안 쌓은 제조 노하우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은 살리되 변화는 끊임없이 추구하라!

스낵시장에서 유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국장은 발효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그렇다고 두 전통식품의 가치가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통음식은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부가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있다. 두 전통음식처럼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전통음식도 많지 않다.

강정과 청국장은 현장접목 연구사업을 디딤돌 삼아 큰 걸음을 내딛었다. 그동안 고민거리였던 작업환경을 개선했고,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개발했다. 제조기술은 전통방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소비자의 구미에 맞춰 신선한 상품을 선보였다.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강정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게 나뉘는 소비행태를 극복하고, 젊은 소비층을 공략해야 한다.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소스의 개발도 이루어져야 한다. 청국장은 특유에 냄새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떨쳐 버리지 못했다. 다양한 각도의 제품개발과 기술상의 보완이 필요하다.

전통음식 가공업체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과거는 힘들었지만, 현재는 보람을 느낀다. 미래는 행복할 것이다”라고. 강정과 청국장 앞에는 ‘전통’이란 수식어가 붙어 다니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의미에서 미래음식이기도 하다.

농가단위 유과 및 청국장 가공기술 실용화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농업과학원 김진숙 연구관(031-299-0470)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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