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긴급진단] 단말기 가격 부풀리고 보조금 세례 ‘소비자 눈가리기’

입력 2013-12-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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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통제조사 담합이 불법영업 주범

이통3사는 매년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담하면서도 불법 보조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보조금을 중단하면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미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0여년간 지속해온 보조금 영업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고 공언한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이통3사에 부과된 총 과징금은 1167억1000만원. SK텔레콤이 648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KT 331억6000만원, LG유플러스가 187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냈다. 특히 올해 이통3사의 과징금은 총 722억7000만원으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과징금 총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통사는 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면서까지 불법 보조금을 쏟아 붓고 있을까? 이런 보조금 영업구조가 단통법 하나로 모두 해결될 수 있을지에 업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근본 원인은 이통사와 제조사간 담합이 주범

불법 보조금은 이통사와 제조사 간의 오랜 담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조사는 출고가를 높게 올려 제품을 출시하면, 이통사는 이통사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더해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지급한다.

소비자는 보조금을 통해 100만원이 넘는 고가 스마트폰을 50만원 이하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좀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이통사로 이동하는 ‘메뚜기족’들이 주류를 이룬다. 보조금에 길든 소비자들은 정부의 보조금 단속으로 보조금 시장이 얼어붙으면, 번호 이동이나 신규 가입을 미룬다.

이처럼 불법 보조금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제조사와 이통사 간의 오랜 밀월성 담합과 소비자들의 ‘메뚜기 소비 패턴’ 때문이다.

시장이 포화되면서 사업자 간 가입자를 빼앗는 ‘번호이동’ 시장이 본격화해 보조금은 이통사들엔 포기할 수 없는 카드가 된 지 오래다. 이통사의 보조금 정책은 고객 지키기와 고객 빼앗기를 위해 반드시 동원해야 하는 필수 마케팅 방식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규제하면 이통사 간 번호이동은 하루 2만여 건을 밑돌지만, 단속하지 않으면 5만여 건을 훌쩍 넘는다.

이통사들은 이 때문에 수백억원의 과징금과 영업정지를 당하면서도 불법 보조금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정부는 제조사 판매 장려금과 판매가를 공개하는 단통법만 시행되면 이런 불법 보조금 영업행태가 원천 차단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 제조사 단말기 출고가에 이미 판매 장려금이 책정돼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장려금이 포함된 국내 제조사 휴대폰 가격이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해외 휴대폰보다 더 비싸야 한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보다 갤럭시S4의 공장 출고가가 더 저렴하다. 이 때문에 국내 제조사에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엄연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단통법은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제조사들에 대해서는 판매 장려금과 자신들의 판매 현황, 수익 공개를 강제할 수도 없다. 이는 영업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에 대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단통법은 애플, 중국 업체들엔 최고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단통법’으로 불법 보조금 근절될까? 1위 사업자만 살아남는다?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지난달 “(단통법은) 보조금 투명지급법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법이 통과되면 보조금 지급이 투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 단속에 적발돼 영업정지를 당하고,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은 뿌리 뽑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와 제조사는 단통법이 ‘종이호랑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윤 차관의 “단말기 유통법은 단말기 시장의 경쟁 구조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법”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시장은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제조사 관계자는 “지금은 제조사별로 특정 단말기 밀어 주기가 가능한데, 만약 단통법이 시행돼 이런 영업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제조사들은 제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과 단말기 가격이 공시될 경우 제품 가격을 시장에 맞게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출고에 대한 부담이 늘고, 또 전략 단말기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해 판매량과 수익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조금을 강하게 단속하는 것은 시장 논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통사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이렇게 되면 1위 사업자만 지속해서 많은 고객을 유지, 시장점유율의 고착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논란에 정부와 제조사는 단통법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제조사들은 직접적인 정부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물밑 작업을 통해 미래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 정부가 제조사 입장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한다고 비판한다. 정부 역시 제조사들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부와 제조사 간 힘겨루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하게, 손해를 보지 않고 단말기를 살 수 있느냐에 관심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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