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5大 의제]인력 구조조정 없인 ‘신의 직장’ 파티는 끝나지 않는다

입력 2013-12-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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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가족 특혜 등 복지혜택 넘치고 기관장은 연봉·성과급 잔치

#한국철도공사·농어촌공사 등 5곳은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노사단체협약상 특별채용 방식으로 총 22명의 임직원 가족을 선발했다. 한국거래소의 부부장급 이상 간부직원 117명 중 마땅한 직책이 없는 사람만 56명에 달했다. 공기업 중 가장 부채가 많다(141조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현원이 정원(6093명)보다 387명이나 많다.

# 강원랜드는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305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봤지만 지난 2010년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아 해임된 임직원 14명에게 퇴직금으로 총 3억8000만원을 ‘통 크게’ 쐈다. 원전비리로 집중포화를 맞았던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4년 동안 성과급으로만 5970억원을 썼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4년간 부채가 3조원에서 14조원으로 늘었지만 기관장 연봉은 2억6000만원으로 42%나 올렸다.

지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허술한 인사관리 사례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공무원처럼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공공기관 부채는 연봉이 높고 복리후생도 뛰어나서다. 청년 구직자들에겐 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 295곳의 부채비율(부채/자산)은 200%를 넘어섰다. 자본에 비해 부채가 2~4배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라는 의미다. 이처럼 실적이 안 좋은 데도 공기업들에는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은 남의 나라 얘기다. 경기침체로 수익이 나빠져 민간기업이 임금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안 공기업은 매년 정원을 넘어서도록 인력을 충원하고 도가 넘칠 정도로 복지 혜택을 늘렸다.

◇부채비율 200% 넘어서는데 과잉인력 구조조정 ‘全無’= 이미 공공기관의 방만한 인력관리는 상식 수준을 넘어선 모습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기업 개혁 본격화’를 선포하며 “민간기업이면 몇 차례나 감원과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실제 2일 공공기관 알리오(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 수는 2008년 24만130명에서 지난해 24만6151명으로 6000명이나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 인력을 10% 일괄 삭감했다지만 정권말에 이르자 도루묵이 됐다. 국책사업 추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차고 넘치는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은 관심 밖의 사안이 된 것이다.

임직원 가족에 대한 특혜도 많았다. 노사단체협약을 통해 가족에 대한 ‘우선 특별채용’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공공기관이 전체의 15.8%인 45곳에 이르렀다.

임금과 성과급도 해마다 늘었다. 작년 공공기관 기관장의 평균 연봉과 성과급은 1억5200만원과 3700만원으로 5년 전(2008년)보다 각각 22.6%, 27.5% 올랐다. 공기업 임직원들은 퇴직하고서도 ‘신의 직장’ 혜택을 톡톡히 봤다.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의 최근 3년간 퇴직금 지급 현황’을 보면 한국전력공사(67억원), 한국석유공사(34억원) 등 20개 공공기관이 기재부 지침을 어기고 퇴직금에 경영평가 성과급 220억원을 부당하게 추가 지급했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2008년 290조원에서 2012년 493조4000억원으로 2배가량 급증했다. 공공기관의 재무위험성은 높아져 가고 수익성은 추락하고 있는 데도 공공기관 기관장들은 연봉과 성과급 잔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방만경영에 철퇴 시급 = 도를 넘은 공기업의 방만경영 실태에 정부는 과도한 부채나 복리후생 등으로 물의를 빚은 공공기관의 임원에 대해 보수 삭감에 나서기로 했다. 자구노력 이행 실적 등 부채관리 노력이 미진한 경우 경영평가 상여금 지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직원들의 임금삭감과 인력감축 등의 구조조정에 대한 주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음주 중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강도 공기업 정상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기업 경영자와 임원의 연봉만 조정한다고 부실경영 문제를 근본부터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임직원의 보수와 복리후생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개선 목표를 세우고 임금·복지·인력 구조조정 실적을 종합적이고 실질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채용 정원을 초과해도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것 외에 별달리 강제할 도리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관리 소홀에 주요 공기업들은 성과금·퇴직금 지급 등과 관련된 예산편성 지침을 무시하고 있었으며 지침이 있어도 기타공공기관에 대해선 준용 근거만 있을 뿐 강제성이 없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공기업 개혁방안에 부채, 과도한 복리후생 규제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담길 것으로 기대되지만 인사 관련 가이드라인은 포함될지 미지수”라면서 “낙하산 인사 관행을 금지하고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개편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공기업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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