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리만 요란한 '우체국 알뜰폰' - 김태헌 미래산업부 기자

입력 2013-10-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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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우본)가 요즘 알뜰폰 판매대행 때문에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우본은 지난달 27일 광화문 우체국에 취재진을 초청해 알뜰폰 판매 개시를 알렸다. 알뜰폰 판매 창구와 모형 휴대폰 모델을 구비하고 여느 판매점 못지않은 외형을 갖췄다. 하지만 이날 하루 전국 226개 우체국에서 접수한 신청서는 666건에 불과했다. 우체국당 평균 2.93건을 판매한 셈이다. 이는 신청서 접수일 뿐 실제 판매는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본 본사가 위치한 광화문 우체국의 경우만 30여 건의 판매 신청서가 접수됐다. 정부기관이 나선 것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실적이다.

문제는 알뜰폰 판매 부진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둘러본 서울 여러 우체국에서는 ‘고객은 왕’이 아닌 ‘불청객’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알뜰폰을 찾는 시민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전용창구는 물론, 견본 단말기조차 볼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우체국 창구 직원들의 불친절이었다. 직원들은 고객을 가입시킨다는 느낌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알뜰폰 요금제에 대한 인지도 부족했다.

우본은 현장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단 한 차례 실시한 게 전부다. 당연히 복잡한 요금 구조를 쉽게 설명해주기 어렵다. 게다가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도 전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구입하려는 신형 스마트폰 단말기를 구경할 수 없어 사고 싶은 상품을 종이 카탈로그로 봐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직원 교육도, 그렇다고 직원들이 부지런히 가입자를 유치하고 단말기를 팔 어떤 동기 부여도 없어 보였다.

알뜰폰 업체들은 “우체국 때문에 오히려 알뜰폰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토로한다. 우체국 알뜰폰 판매는 이미 우려해왔던 것처럼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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