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 척박한 드라마 제작현실 실효성 있나?

입력 2013-08-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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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프로그램 표준계약서 제정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대중문화예술•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제정 간담회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병준 한국드라마 제작사협회 부회장, 문제갑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정책위원회 의장, 이한위 한국방송연기자협회 부회장, 유진룡 문화부 장관, 태진아 한국가수협회 회장, 정영화 독립제작사협회 회장, 박재만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뉴시스
배우 나문희가 지난 6월 19일 열린 방송3사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는 “완전 빚쟁이가 빚 받으러 온 것 같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스태프의 연봉은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이 연 1010만원 선인 것과 비교해도 부족한 수치다. 3~4일 밤을 새며 촬영에 임한 배우 한예슬은 열악한 제작 현실 탓에 촬영현장을 무단이탈했고, 해당 방송은 결방 처리됐다. 작품의 앞뒤 상황도 모른 채 대본 한 장을 기다렸다 받는 즉시 촬영하는 쪽대본 문제도 방송가의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의 현주소다.

출연료 미지급, 쪽대본, 밤샘 촬영, 제작비 부족 등 척박한 드라마 외주제작 현실을 개선할 준거가 마련됐다. 건실한 제작사를 만들고 출연료 미지급 문제를 방지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7월 30일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 표준계약서’와 ‘대중문화 예술인(가수·배우)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되면서 표준계약서 고지조항에 따라 관련 당사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고, 약 1년간의 노력 끝에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 표준계약서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방송프로그램 이용 권리와 수익배분 등을 규정했다. 기존의 방송사에 집중됐던 저작권 행사 권리를 제작사가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제작사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저작권이 방송사에만 집중돼 있어 제작사는 방송사 중심의 수익분배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제작비 지급과 사용의 투명화를 위해 제작비 세부내역을 명시해야 한다.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하지 않는 경우에도 완성분에 대한 제작비를 지급해야 한다. 또 출연료 등의 미지급 방지를 위해 제작사가 방송사에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거나 출연료를 지급할 때까지 방송사가 제작비 지급을 정지할 수 있다.

대중문화예술인(가수·배우) 방송출연 계약서는 출연료 미지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방송사가 직접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과 편집과정에서 빠진 부분에 대해서도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반면 방송 다음달 10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했던 방송출연료 부분은 15일 이내 지급으로 기간을 연장했다. 연일 밤샘촬영과 생방송과 다름없는 드라마 촬영현장을 만들어내는 일명 ‘쪽대본 문제’를 개선하고자 마련된 대본 관련 부분은 촬영일 3일에서 2일 전까지 대본 제공으로 바뀌었다. 1일 최대 촬영시간도 18시간 이내로 제한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문제갑 정책위원회의장은 “종전에 시행해왔던 것을 놓고 보면 퇴보한 것이다. 이 부분을 양해하는 대신 출연료 미지급이 발생하면 방송사가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협의한 부분”이라며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획기적인 진보다. 당장 미흡한 것을 따지기 전에 서로 합의 정신을 잘 발휘해 현장에 적극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총괄팀장은 “표준계약서는 권고사항이다 보니 실효성에 의구심이 있다.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어도 사용자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묻힐 수 있기에 우려가 된다”며 “기존에 발표된 가이드라인과 다른 점은 모든 제작 관계자가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분쟁의 소지가 있어도 해결할 기준이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도 불공정한지 아닌지의 판단 기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송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누리던 권리를 나눠주는 입장이 돼 이번 방침을 환영할 리 없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제정회의 때도 방송사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기존 계약구조를 보면 제작비의 50%만 지원하고 권리를 귀속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방송사와 제작사의 수직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9:1이었던 것이 7:3 정도로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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