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주권시대] “믿었다가 발등 찍혔네”… 보험, 소비자 금융민원의 절반

입력 2013-08-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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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환급 설명부실 ‘불법행위’ 여전… 금감원 대책마련 총력

# 술을 마신 A씨는 늦은 저녁 가족들에게 찜질방 사우나에서 취침 후 귀가하겠다고 전화를 하고 평소 가던 찜질방을 갔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A씨는 사우나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술에 취해 온도가 높은 불가마실에서 질식한 것이다. 가족들은 평소 가입해둔 손해보험사 2곳에 A씨 사고에 대한 상해사망보험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손보사는 보험금 지급을 전액 거절했다. A씨의 사망 원인을 알 수 없어 보험 약관상에서 보상하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되는지 불분명하고 이에 대한 입증책임도 A씨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 가족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A씨의 사망은 계약한 보험약관에서 보장하는 급격하고 우연한 사고에 해당돼 보험사는 약속된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하고 나중에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길 확률이 낮아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약점을 악용한 금융사들의 횡포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올 1분기 소비자 민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중 접수된 금융민원은 2만1338건으로 전년동기(1만8599건)에 비해 14.7% 증가했다. 연도별로도 2010년 5만3116건, 2011년 5만5782건, 지난해 6만6348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고객 10만명 당 민원건수 수협은행 가장 많아 = 업권별로 보면 올 1분기 은행·비은행(9991건) 및 보험부문(1만452건)은 전년동기비 각각 19.4% 및 12.2% 증가한 반면 금융투자부문(895건)은 2.5% 줄어 대조를 이뤘다.

금감원이 발표한 권역별 민원다발 금융회사 조사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은행은 고객 10만명당 민원건수 기준으로 수협은행(3.1명)이 가장 많았고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2.9), 한국씨티은행(2.6), NH농협은행(2.3), 외환·우리은행(1.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수협과 농협의 경우 대출금리 인하요청, 부당한 채권추심 관련 민원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특히 수협은 고객 10만명당 민원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71% 급증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불법·부당 채권추심 등 여신 관련한 민원과 연회비 부당청구 등 신용카드 관련 민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16.5%, KB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은 16.1%씩 각각 줄어 주요 시중은행들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외환은행(8.6%↓), 경남은행(5.3%↓), 기업은행(4.8%↓), 우리은행(2.9%↓) 등도 소비자 민원이 감소했다.

◇손보사 민원 증가세·금융투자업계도 여전 = 보험업권의 경우 생명보험사(생보사) 20곳은 올 1분기 보유계약 10만건당 민원 건수 평균이 전년 동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손해보험사(손보사)17곳은 14.3% 나 늘어 대조를 보였다.

먼저 생보사는 PCA생명(12.5)이 소비자민원이 가장 빈번했고 ING생명(12.4), KDB생명(12.0), 알리안츠생명(11.0), KB생명(10.6) 등의 순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PCA, ING, 알리안츠 생명 등 외국계생보사의 민원이 두드러졌다”며 “시장점유율 제고를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추진하면서 상품설명 불충분, 보험료 환급요청 등 보험모집 관련한 소비자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국내 생보사들은 금융민원이 크게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현대라이프생명(37.1%↓), 동부생명(22.9%↓), 미래에셋생명(22.9%↓), 교보생명(18.2%↓) 등의 민원 하락폭이 컸다.

또 KDB생명(8.9%↓), 푸르덴셜생명(6.4%↓), 우리아비바생명(7.6%↓), AIA생명(4%↓), 신한생명(4%↓) 등도 민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의 경우 계약 10만건당 민원 건수는 에르고다음다이렉트(13.1)가 가장 많았고 그린손보(11.9), 흥국화재(10.5), 롯데손보(10.0), 악사손보(9.5) 순으로 집계됐다.

또 그린손보(36.1%↑), 메리츠화재(30.1%↑), 엘아이지손해보험(29.3%↑), 흥국화재(25.6%↑), 에이스아메리칸(22.6%↑), 현대해상(22.5%↑), 삼성화재(13.6%↑) 등은 계약 10만건당 민원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보험에서 발생한 민원이 전체 민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이유는 보험사 간 자산증대 경쟁이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이 상품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고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또 고객이 중도해지 시 보험료환급을 기피하며, 3대 기본지키기(약관 및 계약자 보관용 청약서 계약자에게 전달, 약관의 중요내용 설명, 계약체결 시 계약자 자필서명 받기)를 불이행하는 등 보험모집 과정에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회사는 활동계좌 10만개당 민원 건수 기준으로 키움증권(1.8), 유진투자증권(1.7), 동부증권(1.6), 이트레이드증권(1.51), 교보증권(1.50) 등의 순으로 높았다. 금감원은 주식 일임·임의매매에 따른 손실보상 등 불건전영업행위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KDB대우증권(74.2%↑), 이트레이드증권(58.6%↑), NH농협증권(54.7%↑), SK증권(45.7%↑), 한화투자증권(28%↑, 2012년 9월 한화증권이 한화투자증권으로 합병), 동부증권(19.7%↑), 신한금융투자(18.8%↑), 동양증권(18.6%↑), 현대증권(16.5%↑), HMC투자증권(11.5%↑) 등 순으로 민원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금융투자 부문의 민원 증가는 국제회계기준(IFRS) 소급 적용 철회 요청이 늘고 회생절차가 진행중인 기업의 자산가치 평가 적정성 조사 요구가 많아지는 등 회계 관련 민원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앞으로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자체적으로 민원 감축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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