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자살공화국 오명, 손 놓은 정부

입력 2013-08-01 11:13 수정 2013-08-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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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마다 1명 씩, 하루 43.6명이 자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 오명을 쓴 지 꽤 되었다. 201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은 33.5명으로,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8년째 1위다. 자살률은 OECD 평균(12.9명)의 2.6배에 달한다. 특히 젊은층의 자살은 심각하다. 10~30대 사망 원인 1위, 그리고 20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자살이라는 통계도 있다.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자살을 계기로 손 놓고 있는 정부의 자살예방 노력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마디로 정부가 자살률을 낮추겠다고 하면서 번번이 효과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자살 예방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정했다.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등 자살 문제가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대책을 보면 과연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고자 하는 고민이 담겼는지 의문이 든다. 내놓는 예방책마다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은 △범국민 캠페인 △언론과 협약을 통해 자극적인 내용 보도 자제 △인터넷의 유해정보 차단 △자살 시도자에 대한 심리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 연계 등이다. 모두 ‘사후약방문’ 식의 내용이지 근본적인 자살 예방책은 없다.

자살공화국 오명을 우리나라에 넘겨준 핀란드의 경우를 보면 정부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핀란드는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25년 동안 자살률이 3배로 급증했다. 급기야 90년에는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한때 50명에 이르기도 했다. 핀란드는 치솟는 자살률로 국가적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세계 최초로 국가가 주도하는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우선 모든 자살사건에 대해 심리부검 등 전방위 조사 연구를 했다. 5만명의 전문가가 동원돼 개인의 의료보험 기록이라든지 경찰기록, 일기 등을 바탕으로 심리부검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자살자의 주치의, 친구, 가족, 고용주 등을 면담해 자살에 이른 정황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형별로 자살 원인을 분류, 예방대책을 세웠다. 그 결과 96년에 30명, 2004년에 20명, 2008년에는 17명으로 감소하는 큰 효과를 봤다. 일본도 핀란드의 사례를 답습,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알맹이 없는 대책’을 매번 반복할 게 아니라 기초적인 준비가 돼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자살 예방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의 관련 예산은 한해 22억8000만원, 담당자는 고작 2명에 불과하다. 일본의 3000억원 예산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우울증 치료비와 수사비용, 조기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등 자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연간 3조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가장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문제다. 그 다음이 대책 마련이다. 핀란드의 사례를 보면 정부 의지에 따라 자살률은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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