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패러다임 시프트]취득세 감면 종료 후 거래 ‘빙하기’… 전세는 ‘별따기’

입력 2013-08-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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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감면 조치에 매매 절반 줄어… 전세는 수천만원 웃돈 붙어

▲최근 주택시장에서 매매를 기피하고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게시판. (사진=이투데이DB)
# “지금 집 사도 괜찮을까요?” 경기도 안양시 T공인 대표 윤정길(52·가명)씨가 고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윤씨는 “솔직한 심정이야 수수료가 많이 남는 매매를 권하고 싶지만, 어떻게 얘기를 한들 이미 매입보다는 전월세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 서울 마포구에 전셋집을 얻으려는 최동현(35·가명)씨는 지속되는 전세난에 원하는 매물을 구하기 힘들자 이참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요즘 같은 때 집을 왜 사냐. 차라리 월세가 좀 들더라도 반전세가 훨씬 남는 장사”라고 조언해 결국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월세 60만원짜리 반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주택시장에 ‘매매 기피-전세 선호’ 현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집 사기를 꺼리고 있는 데다 6월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주택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와 반대로 전월세 시장은 올 상반기 사상 최고 거래량을 경신하는 등 오히려 불이 붙은 모습이다. 그나마 있던 매매 대기수요자들도 정부의 추가 대책이나 취득세 감면 등 향후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매매-임대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취득세 감면 일몰까지 겹쳐…거래절벽 ‘최악’ =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의 종료는 주택매매시장을 고사시키는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

31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1766건에 불과해 전달(9030건) 거래량의 20%에도 못 미쳤다. 같은 비수기인 작년 동기(2783건)와 비교해서도 36%나 적은 수치다.

취득세 영구 감면 논의가 시작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아예 주택 취득 시기를 미뤄 주택 수요가 자취를 감췄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MB정부 때 거래 활성화를 위해 사용한 두 번의 한시적 취득세 감면 정책은 매수자들이 주택 거래 시점을 정하는 데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했다. 혜택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거래량이 집중되는 ‘막달효과’와 혜택이 종료되면 거래 시기를 미뤄 매매 거래량이 급감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고착화된 것이다.

특히 올해는 과거 취득세 감면 혜택 일몰 때와 비교해 급감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다.

3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취득세율이 2~4%로 원복된 2012년 1월부터 9월까지의 1일 평균 주택매매 거래량은 감면기간의 거래량 2685건에서 1789건으로 33% 급감했다. 2012년은 제2의 유럽 재정위기가 나타나면서 불안정한 국내외 경제 상황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2013년 6월까지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에 따른 취득세 감면을 소급 적용한 1~3월 거래량은 1566건으로 직전 취득세 감면 기간인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거래된 2684건보다 41% 줄었다. 4·1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소급 적용 논란이 컸던 것이 거래량에 반영된 것.

2013년 6월까지 적용된 취득세 감면 조치가 사라진 7월부터는 거래량 급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아파트 매매 거래량에 따르면 7월(25일) 1일 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소급 적용된 1~3월(110건)보다 반으로 줄어든 55건이 거래됐다.

부동산114 김은진 과장은 “부동산 가격 조정기에 접어들수록 취득세율 변화에 따라 거래량이 민감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소비자는 주택 구입 비용 부담을 과거보다 추가로 더 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취득세 영구 인하를 시행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9월 국회 통과의 문턱을 넘어야 해 거래절벽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월세 거래는 급증…“매물이 없다” = 반면 전월세 거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전세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써브가 국토교통부 전월세 거래량 자료를 반기별로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총 72만8763건으로,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70만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장마철과 휴가철이 겹친 여름 비수기지만 전세 물건은 없고, 수요는 끊이지 않아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양천구 D공인 관계자는 “주변 1000가구 이상 아파트에 전세 매물이 5개 미만인 곳이 태반”이라며 “재계약이 일상화된 데다 그나마 괜찮은 물건은 일주일도 안 돼 속속 계약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 J공인 관계자도 “상태가 좋은 전세 아파트는 나오자마자 계약되기 일쑤”라며 “특히 보증금 없는 순수 전세 매물이 상태까지 양호한 경우에는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높여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주택 매매-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부동산써브 정태희 부동산연구팀장은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임대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전월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 또한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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