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빙하기 마지막 인류 ‘혁명을 싣고 달리다’

입력 2013-07-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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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 스틸컷(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그리고 ‘마더’. 3편의 영화로 스스로의 철학을 담아내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한 봉준호 감독이 영화 ‘설국열차’(제작 모호필름 오퍼스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로 돌아왔다.

‘설국열차’는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420억 대작’,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등 할리우드 스타와 송강호의 만남’만으로도 특유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지 않은가. 베일을 벗은 ‘설국열차’는 거액의 제작비, 호화 출연진보다 더 진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서기 2014년, 인류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공 냉각제 CW-7을 살포하지만 이에 실패해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한다. 얼어붙은 지구를 끝없이 순환하는 열차는 인류 마지막 생존자들을 태우고 달린다. 영화는 빙하기 이후 17년간의 여정을 담았다.

뱀처럼 꿈틀거리는 기차 안에서도 사람들의 계층은 나뉘어져 있고 서로 빼앗고 뺏기면서 갈등을 빚는다. 꼬리 칸에서는 매일 매일 단백질 블록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했고, 앞 칸 사람들은 스테이크를 썰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긴다. 일직선으로 연결된 기차에는 우회로가 없다. 단지 정면돌파만이 있을 뿐.

꼬리 칸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의 반란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꼬리 칸 사람들은 자신들을 억압하고 핍박하는 앞 칸 사람들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다. 커티스는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와 함께 기차의 주인 윌포드를 향해 맨 앞 칸으로 향한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은 기차 안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지키며 살고 있다. 동시에 저마다의 욕구를 놓지 못하고 삶을 영위한다. 커티스의 혁명은 고착화된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고, 엄청난 반발을 자아낸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사회의 질서유지 본능과 혁명으로 반복된 인류 역사를 담아낸다.

봉준호 감독은 이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그려낸다. 1년에 한번 지구를 도는 기차, 한 칸 한 칸 전진할 때마다 공개되는 앞 칸의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기차의 엔진을 관리하는 절대자 윌포드의 실체. 이 모든 것은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스토리 전개에 양념으로 적용되며 관객의 흥미를 유도한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예상 밖 소재들은 이러한 흥미를 극대화시킨다.

반면 단조로운 전개 패턴과 극 중후반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 가미된 설정은 다소 지루함을 던져주기도 한다. 빙하기라는 설정이 자아낸 반전은 짜릿하지만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잘 생긴 캡틴 아메리카에서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꼬질꼬질한 검댕이를 묻힌 커티스로 변신한 크리스 에반스, 기차 내부에 절대적인 존재감을 풍기는 틸다 스윈튼의 신들린 연기, 한국어로 대사하며 특유의 자연스런 연기를 내뿜은 송강호 등 배우들의 호연은 관객을 기차 안으로 빨아들이는데 충분하다.

프랑스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순간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착각에 들게 하지만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존재만으로 가장 한국적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한국적 정서를 통해 만나는 지구 마지막 인류의 모습은 쉼 없이 달리는 기차만큼이나 뜨겁다. 8월 1일, 관객은 앞 칸과 꼬리 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에 전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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