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최문기 장관은 집무실 문을 걸어 잠가라- 김광일 부국장·뉴 미디어실장 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3-07-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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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장관' 하면 다들 엄청난 일들을 해낼 것으로 생각한다. 행정권력의 상징이자 정책 실행파워의 정점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장관이 늘 기대치를 밑돌다 수명을 다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3년 남짓한 짧은 재임기간이 문제다. 중앙부처 정책업무라는게 간단치가 않다.

예산이 수십조에 이르고, 예산규모만큼 정책들 역시 산더미다.

게다가 일이란 게 사람을 통해 하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법인데, 고시출신의 명석한 공무원들 세계 또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장관취임 후 ‘업무파악 1년, 직원파악 1년, 일 할만 하면 퇴임’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짧은 재임 기간은 어김없이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진다.

뿌리를 내리고 딱 붙었을 때 쓰는 '천착'이란 단어가 바로 전문성의 근원이다. 창업 20년 차가 넘는 매출 수천억 원대 성공기업 창업자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업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해박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이다. 파고들어가 뿌리를 뽑는다.

정책에서 전문성은 어떤 게 국가사회적으로, 산업적으로, 또는 시장,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지를 판단해내는 능력이다.

정책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문제는 몰입해, 정책의 알파와 오메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선 우선순위를 찾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완벽하게 뿌리를 내리고 달라붙어 업무를 한 손에 움켜쥐어도, 공무원들에 휘둘려 제대로 일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업무 전문성조차 없는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뻔하다.

주 무대는 외부활동이다.

실제 장관들은 대통령 업무보고 후 일제히 바쁜 일정 속으로 빠져든다. 장관 하루 일정은 서너 건씩의 행사참석을 포함, 빼곡하다.

온갖 전시회, 컨퍼런스, 각종 언론사 주최 행사, 온갖 단체와 협회 행사 축사 등 주무부처 장관 ‘얼굴과 축사 한말씀’ 수요는 늘 넘쳐난다.

연일 얼굴 내밀고 축사와 강연이 반복된다.

문제는 대다수 장관이 이렇게 빼곡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여러 군데 얼굴비치고 축사하는 걸 중요한 '장관업무'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위원들은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 게 열심히, 일 많이 하는 '장관상'이라 확신한다. 언론 속에 비친 자신의 바쁜 행보를 청와대(대통령)가 알아줄 거란 믿음 또한 확고하다.

장관일정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공무원은 무능한 부하이며, 장관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는 '장관 물먹이는' 스텝쯤으로 생각한다.

매일 서너 건씩 보도자료를 쏟아내는 것 또한 정책과 장관 업무능력에 대한 (청와대의) 평가가 대부분 여론을 통해 이뤄지는 관행이 한몫을 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미래부 장관은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창조경제 주무부처니 특히 그렇다.

미래부 장관은 생색내기 얼굴 내밀기와 퇴임 이후를 염두에 둔 찬조출연, 아무런 감흥없이 실무자가 작성해준 강연자료를 읽어대는 앵무새 강연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업에 천착하고 그 분야에 가장 뛰어난 내공을 가진 사업가나 선구자들의 메시지가 늘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는 이유는 독보적인 업에 대한 전문성, 거기에서 진하게 우러나는 경험치 때문이다. 미래부 장관의 숱한 강연과 축사에 감흥이 없다는 사실을 장관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장관은 재벌기업 회장 같은 슬로건메이커가 아니다. 실제 정책을 실행해 창조경제 엔진을 만들고 국민편의를 증진시켜야 하는 CEO 이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20~30년 공직생활을 해온 농익은 공무원들이 쳐놓은 복잡한 이해관계의 그물 속에서 누가 SK그룹, KT, LG그룹, CJ그룹 장학생인지를 구분해낼 줄 알아야 한다.

통신, 방송분야 기득권 대기업들과 이들 공무원들의 냄새나는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재대로된 정책을 펼수 있을 만큼 장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미래부장관은 이제 사무실에 붙어있어야 한다.

장관들은 왜 국회답변 때 장관 뒷자리에 모든 실국장을 대기시켜 놓는가? 왜 공무원들이 만들어준 모범답안지에 수시로 날아드는 부하직원의 쪽지를 보고서야 답변하기 급급한가?

미래부장관은 국회, 대통령 업무보고에 부하직원 다 물리치고 장관 홀로 참석해, 모든 것을 답변하고 응답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어설픈, 스스로도 체감하지 못한 아마추어 ‘창조경제 해설자’로 나설 시간이 없다. 지금은 일할 때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집무실 문을 걸어잠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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