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버냉키의 혜안 혹은 실수- 민태성 국제경제부장

입력 2013-06-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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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일까. 아니면 ‘구루’의 혜안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시기를 잘못 판단한 단순한 실수였을까.

지난 1주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외환시장은 물론 채권시장도 휘청였다. 모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입’ 때문이었다.

버냉키 의장의 예상치 못한 출구전략 시사 발언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만 2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연준의 출구전략은 이같은 막대한 자금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시중의 자금이 흡수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시간표’ 공개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주가가 떨어지니 일반 투자자들이야 당연히 비난할 수밖에 없겠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수석 경제논설위원의 시각이 흥미를 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부주의한 발언(careless talk)’으로 경제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울프의 진단은 시장의 반응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은 채권 금리의 급등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미국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지난 주말까지 2.51%로 뛰었다. 한달 만에 90bp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실세금리의 상승은 민간 부문의 투자와 직결된다. 대출 금리가 오르고 이는 곧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경제 회복의 뚜렷한 신호를 포착하기 힘든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언급한 것 자체가 경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블룸버그의 클라이브 크룩 칼럼니스트의 입장은 울프와는 차이가 있다. 크룩은 시장의 반응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양적완화의 조정은 경제에 달려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서는 양적완화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했다. 금리 역시 추가로 내릴 수 있다고 버냉키 의장은 말했다.

시장은 그러나 양적완화 규모를 올 하반기부터 줄일 수 있다고 한 것에만 집중했다고 크룩은 지적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중앙은행 수장이 출구전략 시기를 처음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빅이슈'지만 투자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혼란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장의 불안은 연준의 당국자들이 키웠다고도 볼 수 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비롯해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은 지난 1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피셔 총재는 출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했고 코처라코타 총재는 경기부양적인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 역시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고용과 인플레이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결과적으로 버냉키 의장에 반기를 든 셈이 됐다.

FOMC라는 정책기구를 통해 통화정책을 같이 논의한 이들의 행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리더인 버냉키와 각 지역 준비은행 총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의문이 드는 부문이다. 이는 다시 버냉키 의장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수장은 언제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과정은 물론 미래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불안과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정책 당국의 올바른 모습은 아닐 것이다. 때로 거를 것은 거르고 시장의 안정을 우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시장에서 수조 달러가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을 버냉키 의장 역시 모를 리 없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불통’으로 비난 받았는데. 버냉키 의장은 지나치게 시장과의 소통을 원했나보다. 중앙은행의 수장 자리는 역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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