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돈 안되는데 왜?…‘1막’에 담긴 가치 알기에

입력 2013-06-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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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과 독창성 확장 기회…돈으로 환산 못할 가치 있어”

지난 12일 오후 11시 20분, 배우 류수영과 유인영이 가슴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류수영이 아픈 과거를 되짚어가며 기억의 파편을 하나씩 맞춰 나간다. KBS 드라마 스페셜 1화 ‘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의 장면이다.

KBS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저조한 시청률과 열악한 제작 환경 탓에 늘 뒷전으로 밀렸던 단막극을 황금시간대로 파격 편성했다. 단막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단막극을 ‘드라마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정규 편성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단막극은 왜 방송사에서 외면받는 존재가 됐을까. 단막극 제작 여건은 어떨까.

단막극의 제작비는 회당 8000만원이다. 미니시리즈 한 회당 통상 2억5000만원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다. 지난해 12월 KBS 이사회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드라마 스페셜’ 예산 절반 삭감을 논의해 논란이 됐다. 회당 8000만원이던 단막극 제작비가 회당 4000만원으로 줄어드는 상황에 닥치자 KBS 평PD들은 ‘KBS 드라마의 숨줄을 끊지 마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단막극 제작비 현실화를 요구했고, 제작비 동결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배우들의 출연료가 ‘억소리’ 나는 시대에 스타의 한 회 출연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8000만원으로 70분짜리 드라마 한 편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부족한 예산 탓에 단막극 제작진은 살림을 야무지게 꾸려 나가고자 일선 PD 외에 프로듀서 2명을 더 배정했다. 이들은 작품을 반반씩 나눠 밀착 관리하면서 캐스팅, 대본 협의, 예산통제까지 세분화해 철저하게 준비해나간다.

제작방법도 자체제작과 외주제작 두 가지로 병행한다. 콘텐츠진흥원의 공모 당선작들을 라인업해 일부 외주제작을 진행한다. 콘텐츠진흥원 당선작을 제작할 경우 8000만~1억원 정도의 지원이 가능해 대본 확보와 비용절감의 이중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작비를 조금씩 줄여 자체제작하는 단막극에 투자,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자 PD들은 애쓴다.

작가의 경우 한국방송작가협회와 방송3사가 협의해 만든 방송원고료 지급기준표에 근거해 받는다. 방송원고료 지급기준표에 따르면 작가 원고료는 10분당 44만8550원(자료비 포함)이다. 70분 편성 시 313만9850원선의 원고료를 받게 된다.

배우들 역시 출연료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단막극을 선택해 왔다. 총 제작비의 평균 60% 정도가 배우 출연료지만 단막극의 경우 전체 2000만원 정도에서 배우 출연료가 결정된다.

배우 손현주는 “예전에는 지상파 방송3사에 단막극이 다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져서 안타깝다”며 “단막극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다. 조금씩 쌓여나가면 드라마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현주는 “기존의 배우들에게는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신인배우와 감독에게는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황의경 CP는 “단막극은 드라마의 생태계다. 생태계가 불안하고 위협받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욕심 같아서는 좀더 좋은 시간대에 많은 제작비로 퀄리티 높은 작품을 만들어 단막극을 활성화시키고 싶지만 아직까지 그런 여건은 되지 않는다”고 드라마 제작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황 CP “단막극의 본질은 다양성이다. 대중성과 작품성, 익숙한 것과 신선한 것의 조화를 어떻게 최적화시키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다”며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문화적으로 하이 포지셔닝 된 사람이라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KBS 광고 관계자는 “현재 KBS에서만 유일하게 단막극을 제작하는데, 단막극 제작은 큰 의미가 있다”며 “광고 판매의 경우 월화극이나 수목극보다 원활한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월·화요일 방송되는 동시간대 KBS 예능프로그램에 비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신인 연기자, 작가, 연출자를 배출하고 기성 연기자와 작가, 연출자들에게는 실험과 독창성을 확장할 수 있는 단막극은 경제적 효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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