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미국산 ‘프랑켄푸드’가 두렵다

입력 2013-06-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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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식품 원산지가 미국일 경우 슬며시 내려놓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습관은 유전자 조작 곡물 논란과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일고부터 생긴 것 같다.

하지만 꼼꼼히 살피는데도 한계가 있다. 알고 보면 미국산 식품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일상에 꽤 깊이 파고 들어와 있다. 가끔 아침 식사로 모닝빵에 딸기잼과 스프레드 치즈를 바르고, 쇠고기 수프, 자몽과 함께 먹는다. 빵의 밀가루와 딸기잼의 사탕수수, 치즈의 우유, 수프의 밀가루·옥수수 등이 미국산이다. 이뿐인가. 자몽은 물론이고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견과류인 건자두·아몬드·호두·크랜베리·피스타치오 등 일상 속 미국산은 셀 수조차 없다.

미국산 식품이 이처럼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994년 상품화를 허가한 유전자 조작(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토마토 ‘플레이버 세이버’ 등 GMO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아직도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내가 먹는 미국산 식품이 GMO일지도 모른다’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미국산 식품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된 것이다.

플레이버 세이버의 경우, 다국적 종자기업 몬산토 산하의 칼진이 토마토의 유통기간을 늘리고자 과도한 숙성을 방지하는 유전자를 도입해 1986년 탄생시켰다. 낮은 수온에서도 몸이 얼지 않는 넙치의 유전자를 접목시켜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제초제에 대한 내성이나 해충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고, 장기 보존이 가능하도록 숙성 속도를 늦추려는 목적으로 GM 작물이 잇따라 개발돼 콩·옥수수·감자·쌀·유채 등 수십 종의 GMO가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잠재적인 위해성 때문에 GMO는 거센 반발에 직면했고, 심지어 GMO를 조각난 인체를 엮어 탄생한 소설 속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비유하면서 ‘프랑켄 푸즈’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에서 상업적 재배가 인정되지 않은 GM 밀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프랑켄 푸즈에 대한 우려에 기름을 붓기에 충분했다. 주식인 빵의 원료에 변형된 품종이 사용됐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미국 농무부는 해당 밀이 무역상대국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했고,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GM 밀 수입을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제2의 녹색혁명’으로 일컫는 GMO를 보급하려면 식용으로서의 안전성 검증이 우선이다. 자연에도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등 190여개 나라는 ‘생물다양성협약’을 통해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 및 생물의 수출입 규제와 기업의 책임을 정했다.

정작 GMO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은 생물다양성협약에서 빠졌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오리건주 GM 밀 발견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GM 밀을 개발한 몬산토와 미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 오리건주의 농장에서 해당 밀이 재배되고 있었는지 등을 면밀하게 조사해 무역상대국의 우려를 진정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산 작물은 어디서든 중국산 이상의 푸대접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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