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카네이션과 뻐꾹채- 안영희 중앙대 교수

입력 2013-05-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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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라 일컫는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비롯해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1일 입양의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에 이르기까지 가정생활과 관련된 날들이 많다. 지난주에 어버이날이 지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학교 앞 문방구부터 편의점, 길거리에서도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꽃다발이 팔리고 있었다. 나도 아들 녀석에게서 붉은 카네이션을 받았다. 자식 가진 부모들은 누구나 당연히 카네이션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기에 자식들은 연례 행사처럼 카네이션을 들고 부모를 찾아간다. 이날 하루 만이라도 카네이션을 통해 부모님의 은혜를 되새겨본다는 좋은 의미가 있다.

카네이션(Dianthus caryophyllus)은 석죽과의 다년초로 절화나 화단용 원예식물로 널리 재배하고 있는 식물이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카네이션은 로마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고대 그리스인들은 카네이션으로 화환을 만들어 제우스신에게 바쳤다고 한다. 카네이션(carnation)의 영어명도 라틴어로 화환을 의미하는 ‘corona'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흘린 성모 마리아의 붉은 눈물에서 피어난 꽃이라 하여 모성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카네이션의 꽃말도 ‘어머니의 사랑’, ‘감사’ 등이다.

1907년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았던 자비스(Ann Jarvis)에 의해 5월 둘째 일요일이 어머니날로 지정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어머니가 살아 계신 자식은 붉은색 카네이션을, 돌아가신 자식은 흰색 카네이션을 각자 자신의 가슴에 달았었다. 우리나라는 1956년에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였고, 붉은색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렸다. 이후 1973년에 어머니날은 어버이날로 바뀌게 되었고, 여전히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1년 중 카네이션의 소비는 5월에 급증하여 어버이날 전에 최고조를 이루게 된다. 국내 카네이션 재배 농가의 생산량만으로는 부족하여 매년 가까운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양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 금년에도 예외 없이 많은 중국산 수입 카네이션이 길거리에서 팔려나갔으리라 생각된다.

뜻깊은 우리의 어버이날에 굳이 외국에서 기원한 카네이션 행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부족하여 매년 외국산 카네이션을 수입하여 귀중한 외화를 낭비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신 우리의 얼이 담긴 자생식물로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는 훌륭한 자생식물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늘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자생식물이 제대로 된 자원으로 개발된 예는 거의 없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자생식물은 외국에 높은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농가에서 재배할 수 있다. 또한 품질 여하에 따라 외국에 높은 값으로 수출도 가능하다.

5월에 꽃이 피고 모성을 상징할 수 있는 자생식물은 뻐꾹채(Rhaponticum uniflorum)가 있다. 뻐꾹채는 엉겅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줄기에 가시가 없고 꽃이 월등히 크며 색깔이 더욱 진한 것이 특징이다. 5월 초순경 뻐꾸기가 울 때쯤 꽃이 핀다고 하여 뻐꾹채라 부른다고 하지만, 풀국채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주 오래 전,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매정한 계모 밑에서 굶기를 밥먹듯 하던 소녀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계모가 쑤어놓은 풀죽을 마셔버렸다. 소녀는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갈곳 없던 소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 울다가 지쳐서 결국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훗날 소녀가 생을 마감한 무덤가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났고, 그 꽃이 뻐꾹채로 알려진 풀국채인 것이다. 실제로 뻐꾹채는 햇볕이 잘 드는 무덤가에 홀로 피는 꽃이기도 하다.

필자가 10여년 전, 뻐꾹채를 카네이션 대신 보급하고자 노력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특별한 거부감 없이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던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뻐꾹채로 꽃다발이나 코사지를 만들어 보급도 해보았으나 시민들의 호응은 여의치 않았다. 시장에서 소비가 없으니 농가에서도 재배하기를 꺼려했다.

이제 새삼스럽게 어버이날 우리 꽃 뻐꾹채를 달아드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를 계기로 외국에 품종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순수한 우리 자생식물의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식물 유전자원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자원의 다양한 활용과 개발을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우수한 자생식물도 단순한 유전자원 보호라는 차원을 넘어서 보다 적극적인 이용과 육종을 통한 다양한 신품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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