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창조경제, 다른 길로 집에 가기- 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입력 2013-04-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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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존의 생각, 동작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지정좌석제가 아닌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대체로 같은 자리에 앉는다. 집에 가는 길이 여럿 있지만 대개 같은 길, 같은 방법으로 다닌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입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다. 길거리 보행기준이 좌측보행에서 우측보행으로 바꾼 것이 2007년 10월, 5년이 넘었다. 2009년 7월, 아파트 면적을 평(坪)에서 ㎡로 표시방법을 바꾸었다. 일본식 표기를 버리고 국제표준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좌측통행 하는 사람, 평방미터(㎡)를 평(坪)으로 환산해야만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경로의존성 때문이다.

경로의존성(path dependancy)이란 일종의 타성이고 사회적 관성이다. 인간사회에는 한번 형성되어 버리면 그후 환경이나 여러 조건이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의 내용이나 형태가 그대로 존속하는 경향이 있다. 즉 과거의 선택이 관성(inertia) 때문에 쉽게 변화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그 대상에 있어서는 법률이나 제도, 관습이나 문화에까지 이른다.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방식은 아직도 요소투입형 방식이다. 발전 초기 단계에 노동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투입하여 압축적으로 성장하였다. 기술은 모방하거나 도입하였다. 그동안 상당한 개발과 축적을 이루었고 일부 품목에 있어서는 세계 일류의 수준에 도달하였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도 요소투입형 경영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투자’하면 요소투입을 생각한다. 경로의존성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법칙을 지금도 고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투입형 성장은 그 한계에 이르렀다. 수확체감의 법칙 때문에 요소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신기술의 적용 없이는.

그래서 창조경제이다. 창조경제는 다른 길로 집에 가는 것, 경로의존성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마구잡이 요소투입이 아니라 문화와 과학기술을 스마트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문화는 세계인이 관심 가지는 ‘한류’를 중심으로 하고, 기술은 지구적 경쟁력 있는 ICT를 기반으로 한다.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눈다. 이를 융복합이라고 하던가. ‘oo산업 육성’처럼 손에 잡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로의존적이다. 그리하여 창조경제는 모호하다. 전에 집에 가던 길은 하나였지만, 집에 가는 다른 길은 여러 개 있으니까. 대통령의 창조경제, 이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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