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양도세 감면 ‘and’와 ‘or’ - 송광섭 사회생활부장

입력 2013-04-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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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소득세 감면 기준이 ‘and’에서 ‘or’로 갑자기 바뀌었다. 당초 면적 85㎡ 이하이면서 9억원 이하가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로 조정된 것. 취득세의 경우도 전용면적 85㎡ 면적기준을 없애고 6억원 이하에 대해 혜택을 주기로 했고, 취득세 면제기준 가운데 하나인 부부합산 소득기준을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당초 원안이 대폭 수정됐다. 이번 조정으로 서울지역 고가 대형 아파트만 제외된 반면 수도권과 지방 등 대형 평수 아파트들이 대부분 혜택을 보게 됐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수도권 침체지역 모두 수혜 대상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다.

당초 발표안이 강남부자들을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야당 또한 당초 입장에서 많이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문제는 이번 기준 변경으로 시장이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는 점이다. 국토건설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결코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다. 9억원 이하-85㎡ 이하로 양도세 면제기준을 정했는데,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고가주택 기준을 단순 적용했고, 주택법상 국민주택 규모를 기준으로 삼았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양도세-취득세) 적용기준이 향후 주택정책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에 토를 달고 싶은 것은, 이 기준이 시장에서 합리적인 기준이 될 것인지 사전에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기준 여하에 따라 혜택을 보는 가구수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때문에 적당한 기준만 제시하고 국회로 공을 넘겼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기준이 변경되면서 울고 웃는 곳이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형평성 논란의 중심이었던 용인지역은 이번 조치로 주민들의 불만이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용인은 저가 중대형 아파트가 7만1246가구로 수도권에서 가장 많다. 반면 당초 수혜단지에 포함됐던 경기도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양천구 목동 등 일부 아파트가 이번 조치로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목동지역 또한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6억원 이상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상당수 있었으나 원래 기준으로 혜택을 보는 단지들이었는데, 이번에 배제되면서 혜택에서 제외됐다.

불과 며칠 사이에 너무도 변화무쌍한 기준 조정에 시장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국토부는 당초 기준을 일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보다 세분화해 차등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주도 면밀함을 갖췄어야 했다. 서둘러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반대편 입장을 충분히 수용하거나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소홀히 한 셈이다.

수직증축을 대폭 완화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안전문제를 들어 그토록 반대하던 수직증축에 대해 안면몰수하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국토부 관계자의 말이다. "고쳐쓰면 문제가 없다, 감리·감독만 잘하면 된다. 주변 전셋값 영향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후하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완화됐지만 면적 형평성 문제는 여전하다. 전국적으로 30만여 가구에 이르는 85㎡ 초과, 6억원 초과 주택들이 이번 양도세 혜택서 제외됐다. 또 분양가 상한제 폐지-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건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시행 시기도 미정인 상태다. 상임위 통과 시점으로 할지, 국회 본회의 통과 시점으로 할지, 그리고 소급적용 여부도 나중에 가려지게 됐다. 특히 4월 임시국회에서 20개 관련 법안들이 처리돼야 이번 합의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번 합의로 결정된 양도세 감면 혜택 기준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를 6억원 이하로 하는 '다운계약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완전 무결점 대책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은 그 무엇보다 치밀해야 한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집 한 채가 왔다갔다 하는 중대 사안이다. 여야가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애드벌룬을 띄워 시장 반응을 본뒤 조정한 꼴이 됐다. 부동산 대책은 다른 정책들에 비해 시의적절해야 하고,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이끌려 다니는 정책은 더더욱 안된다.

적당히 발표하고 시장 반응을 보고 바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손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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