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음지로 숨어든 대부업체 '살인적 고금리'

입력 2013-03-06 11:3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화상담·스팸 등 영업기법도 진화

▲우리사회의 버팀목인 중산층 붕괴, 소득 양극화로 서민뿐 아니라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벼랑끝에 내몰린 금융약자들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회생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안 불법대부업체 등 사금융 시장은 독버섯처럼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투데이DB)

2002년 사금융 양성화를 위해 도입된 대부업법에 따라 양지로 나왔던 대부업체들이 다시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정부의 대출이자 규제 등으로 등록 대부업의 매력이 떨어지자 사업자 등록을 반납하고 불법 사채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전국 시·도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지난 1월 25일 현재 전업 대부업체 8010개와 겸업 대부업체 1160개를 합쳐 모두 9170개로 나타났다.

2007년 말 1만8500개에서 무려 49.6%가 줄어든 것이다. 대부업체가 매달 156개꼴로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대부업체가 급감한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영업 환경이 어렵다 보니 폐업하는 대부업체가 늘어났고, 이들 대부업체의 상당수는 다시 사채시장으로 되돌아가 불법 고리 사채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계 1위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조차도 지난해 총자산이 전년보다 27% 가량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러시앤캐시의 2012 회계연도(2011년 10월~2012년 9월) 연결기준 총자산은 1조6673억원으로 전년 2조2777억원보다 26.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948억원에서 934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고 금리 인하 요구와 과세 등 영업 규제로 상당수 대부업체가 사금융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부업시장의 위축은 불법 사금융으로 이어져 불법채권추심, 대출 사기 등의 폐해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2011년 사금융 관련 피해 신고는 불법채권추심 2174건, 대출사기 2356건, 불법 고금리 1001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가 2009년에 비해 무려 1만9421건 증가한 2만5535건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해 대부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현장 점검과 지도를 통해 총 3262건의 등록취소 또는 영업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부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 강화와 등록 대부업체의 금리 규제로 대부업체 수가 줄어들어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대부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 이는 불법 사금융이 더 만연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업체들은 법정 한도인 39% 미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백에서 1000%에 달하는 대출금리를 받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금융은 전화상담을 통한 편법 영업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이같은 불법 영업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사금융 업체는 제도 금융회사의 상호와 유사하거나 똑같은 상호를 붙여 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여신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회사 상호와 같은 업체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소비자센터 등을 통해 들어오고 있지만, 이들 업체가 추적을 따돌리는데다 상호 또한 교묘하게 지어서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사금융을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는 ○○캐피탈의 상호명을 믿고 대출을 받았다가 대출 사기 등 부당한 취급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설명이다.

사금융의 이같은 발호(跋扈)는 또한 금융 소비자의 개인정보 유출과 밀접하게 연관돼 2~3차의 추가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32)씨는 “하루에도 몇 통씩 ○○캐피탈을 사칭하는 대출 전화가 걸려온다”며 “이름까지 알고 있어 전화를 받다가 찜찜해서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캐물으면 전화를 끊어버리는 등 신용정보 유출 불안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불법 사금융을 홍보하는 스팸 메시지는 범죄와도 깊숙이 관련돼 있다.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은 최저이율로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하며 30분 이내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라는 스팸 메시지는 조직적으로 발송되는 과정에서 보이스피싱과의 연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 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진숙)는 최근 콜백업자(전화 자동응답시스템(ARS) 콜백서비스 제공업자) 송모(40)씨, 선불폰 대리점업자 임모(39)씨 등 4명과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전모(48)씨 등 8명을 사문서위조·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전씨 등은 대출광고 문자를 받고 전화를 걸어온 피해자 188명으로부터 선지급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9만~4500만원씩 모두 5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실제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또 가입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전화번호를 대량으로 개통해준 ○○통신사 영업과장 한모(38)씨 등 4명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스팸 메시지 발송의 핵심 역할은 콜백업자들이 맡았다. 콜백업자들은 원래 전화가 걸려올 경우 ARS로 전화를 받아주고 걸려온 전화번호를 컴퓨터로 수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콜백업자 송씨는 지난해 5월부터 유령회사의 사업자등록증·법인인감증명과 가짜 대표자 신분증으로 쓸 개인정보를 신용정보판매조직인 ‘임 사장파’로부터 세트당 70만원에 사들였다. 송씨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이 개인정보를 갖고 통신사 두 곳에 “회사 한 곳당 500~1000개의 070 전화번호와 20~30개의 1688 대표번호를 개통해 달라”고 신청했다. 콜백업자들은 이렇게 개통된 전화번호 6만5000여 개를 보이스피싱 업자들에게 개당 1만~5만원을 받고 판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런 식으로 070·1688·선불폰 등을 구입한 뒤 불법 스팸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 대량으로 대출광고를 보낸 뒤 콜백업자들에게서 사들인 ARS 시스템을 이용해 걸려오는 전화번호를 수집했다. 이어 수집한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대출상담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불법 사금융이 만연할수록 탈세가 용이한 지하경제의 범람은 물론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서민경제의 붕괴는 심각한 휴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항상 화가 나 있는 야구 팬들, 행복한 거 맞나요? [요즘, 이거]
  • 지난해 '폭염' 부른 엘니뇨 사라진다…그런데 온난화는 계속된다고? [이슈크래커]
  • 밀양 성폭행 가해자가 일했던 청도 식당, 문 닫은 이유는?
  • '장군의 아들' 박상민,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면허 취소 수치
  • 1000개 훌쩍 넘긴 K-편의점, ‘한국식’으로 홀렸다 [K-유통 아시아 장악]
  •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대북 방송 족쇄 풀려
  • 단독 금융위 ATS 판 깔자 한국거래소 인프라 구축 개시…거래정지 즉각 반영
  • KIA 임기영, 2년 만에 선발 등판…롯데는 '호랑이 사냥꾼' 윌커슨으로 맞불 [프로야구 4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6.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790,000
    • -0.45%
    • 이더리움
    • 5,237,000
    • -1.28%
    • 비트코인 캐시
    • 657,500
    • +1.47%
    • 리플
    • 728
    • +0.69%
    • 솔라나
    • 230,000
    • +0.17%
    • 에이다
    • 635
    • +0.63%
    • 이오스
    • 1,102
    • -3.25%
    • 트론
    • 159
    • +0%
    • 스텔라루멘
    • 146
    • -2.01%
    • 비트코인에스브이
    • 84,850
    • -0.35%
    • 체인링크
    • 24,540
    • -1.72%
    • 샌드박스
    • 625
    • -2.9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