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PIIGS 다음은 FISH, 유로존 적자 공포 - 윤창현 한국 금융연구원장

입력 2013-02-21 10:5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남유럽 재정 위기가 표면화된지도 꽤 긴 시간이 지났다.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스페인·그리스의 알파벳 첫 자를 딴 ‘PIIGS’ 라는 안 좋은 어감을 가진 약자도 그동안 많은 유행을 탔다. 이 국가들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재정상황이 취약하다는 면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부분은 모두 경상수지 적자국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연간 경상수지 적자가 한때 GDP의 14%를 넘었던 적까지 있었다.

이들 적자국들의 특징은 자국이 사용하는 화폐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공통화폐인 유로화 사용이 가져오는 가장 큰 한계점이자 특징인 것이다. 수지적자를 기록하면 유로화가 해당 국가들로부터 빠져나가면서 흑자국들로 유입이 된다. 적자국 입장에서 화폐는 줄어들지만 스스로 필요한 만큼 이를 발행하거나 조절할 수가 없으므로 적자국들은 원래대로라면 화폐량의 감소와 함께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디플레이션 대신에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정부가 해외에 가서 국채를 발행하여 유동성을 조달하거나 민간은행이 해외자본을 조달하여 이를 국내에서 유통시켰다.

어찌보면 같은 돈이지만 문제는 돈의 임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해외자본유입은 들어올 때는 좋지만 결국은 갚아야할 돈이다. 내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번 돈의 경우는 다르다. 중앙은행이 이를 사들여서 쌓아놓으면 그야말로 ‘내 돈’ 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유입된 자본은 모자란 화폐를 보충해주면서 국내경기를 떠받치는 힘이 되었고 이들 국가는 한동안 경기호황을 누리면서 잘 버틸 수가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자국의 막대한 부채와 적자에 놀란 해외자본이 탈출하기 시작하면서 빚을 통한 경제 떠받치기는 막을 내렸다. 적자국들이 발행한 국채는 유로존에 속했다는 이유로 한 때 대표적 흑자국인 독일발행국채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취급되면서 금리가 독일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위기가 닥치면서 적자국 발행국채는 거의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스 국채의 경우 원금의 25% 수준밖에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서 가치는 폭락하였다. 이제 해외자본은 이들 국가를 기피하게 되고 이들 국가는 막대한 적자를 줄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확장되면서 다음 차례의 국가들이 거명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차례의 국가들은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그리고 홀란드(네덜란드의 영어명칭)가 거론된다. 이들의 영문 알파벳 첫자를 따면 ‘FISH’ 가 된다. PIIGS와 함께 FISH가 새로운 골치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미 첫 단계에서도 거론되던 국가들이고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새로 우려되는 국가들로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가 이미 ‘시한폭탄’이라고 지적을 한 바 있다. 노동부문의 지나친 경직성과 반자본적인 세제, 그리고 경상수지적자 누적 등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2012년 4분기에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나은 것으로 평가되었던 네덜란드는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7%나 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내수가 급격히 둔화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물론 유로존 전체적으로도 독일의 4분기 성장률이 -0.6%를 기록하는 등 안 좋은 상황이지만 다시 두 국가가 새삼 추가되어 FISH가 거론되는 것은 걱정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정부의 부채가 문제이며 스페인은 은행을 통해 해외로부터 조달된 빚이 문제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면서 상당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부문은 달라도 과도한 수준의 부채와 적자가 어느 한 부문에 쌓이면 결국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최적통화지역 구축을 통한 공통통화의 도입이 처음에는 너무도 좋았지만 결국은 적자국 경제를 좀먹게 만드는 요인이 된 부분을 보면서 ‘적자’가 가진 공포스런 측면을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즈음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충전 불편한 전기차…그래도 10명 중 7명 "재구매한다" [데이터클립]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신식 선수핑 기지?…공개된 푸바오 방사장 '충격'
  • 육군 훈련병 사망…완전군장 달리기시킨 중대장 신상 확산
  • 박병호, KT 떠난다 '방출 요구'…곧 웨이버 공시 요청할 듯
  • 북한 “정찰 위성 발사 실패”…일본 한때 대피령·미국 “발사 규탄”
  • 세계 6위 AI국 韓 ‘위태’...日에, 인력‧기반시설‧운영환경 뒤처져
  • 4연승으로 치고 올라온 LG, '뛰는 야구'로 SSG 김광현 맞상대 [프로야구 28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601,000
    • -2.11%
    • 이더리움
    • 5,288,000
    • -2.36%
    • 비트코인 캐시
    • 650,000
    • -4.62%
    • 리플
    • 731
    • -1.22%
    • 솔라나
    • 233,700
    • -0.68%
    • 에이다
    • 634
    • -2.16%
    • 이오스
    • 1,122
    • -3.77%
    • 트론
    • 155
    • +0.65%
    • 스텔라루멘
    • 150
    • -1.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800
    • -2.09%
    • 체인링크
    • 25,600
    • -0.47%
    • 샌드박스
    • 617
    • -2.9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