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베노믹스와 미국의 ‘꼼수’ - 민태성 국제경제부장

입력 2013-02-18 08:04 수정 2013-02-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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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는 잘못된 처방(Bad Medicine)”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게재한 칼럼의 제목이다.

일본에 대한 서방의 시선은 겉으로는 곱지 않다. WSJ를 비롯해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아베노믹스가 결국은 실패할 것이라며 일제히 비관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주요국 정부 차원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도 할 말은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수조 달러를 살포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먹구름인 유럽 역시 일본의 경기부양안을 비난할 입장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 경제를 보는 우려의 시각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일본의 무차별적인 경기부양 행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2050년의 세계’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5.8%에서 2050년에는 1.9%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일본의 정책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사실이다.

일본은 여전히 글로벌 자본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미국 국채보유국 자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 역시 1조1200억 달러가 넘는 국채를 갖고 있는 세계 2위 미국채 보유국이다.

일본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일본발 글로벌 채권시장의 붕괴다.

일본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미국채 매도 등 내부에서 자금 회수 열풍이 불 수 있다. 이는 미국 채권시장을 뒤흔들고 미국 국채값 급락과 함께 중국이 미국채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던 미국 경제의 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엔저가 경제에 약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토요타와 소니 등 수출기업들의 실적과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단기적인 결과일 뿐이다.

주요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입장에서 엔화 가치의 하락은 곧 수입물가 상승과 연결된다.

가뜩이나 불안한 소비심리에 물가까지 오른다면 일본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더욱 굳게 닫힐 수 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엔저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보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아베 총리가 일본은행(BOJ)을 압박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끌어올리도록 했지만 이같은 물가 상승 전망을 이유로 국민들의 씀씀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출현과 맞물려 ‘일본의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논문이 화제가 될 정도다. 1970년대 발표된 이 논문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로 일본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이 문제투성이인 아베노믹스를 미국은 사실상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재무차관은 지난 11일 “우리는 디플레이션을 끝내고 성장을 촉진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도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했을 뿐 일본에 대한 선진국들의 직접적인 압박은 찾기 힘들다.

아베 정권이 출범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글로벌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열을 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선진국들의 이해관계와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자국의 경기회복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경기부양이 딱히 나쁠 것은 없다.

대중 무역적자가 핫이슈인 상황에서 엔화에 대한 달러 가치의 상승이 크게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G2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일본 경제의 회복을 막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외교적으로도 미국으로서는 아베 정권이 힘을 얻는 것이 동북아에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함과 동시에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와 환율전쟁에 대한 신흥국의 반감이 부담이지만 이 역시 단기적으로는 감내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와 일본의 ‘과격’한 행보 속에서 이래저래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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