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에서 배운다]자처초연(自處超然), 혼자 있을 때 몸가짐 더 바르게

입력 2013-02-0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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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직 때 짐은 낡은 이불 뿐… 공직자 낙마 세태에 교훈

▲이강식 경주대 경영학과 교수가 경주시 교동 최씨 고택에서 최부잣집의 가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 자진 사퇴 이후 사회지도층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가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김 지명자의 검증 과정에서 자식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땅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순간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헌법재판소장까지 오른 ‘감동적 이야기’ 주인공에서 도덕적으로 부정한 사람으로 추락했다.

김 지명자의 낙마 이후 선뜻 국무총리 후보자로 나서는 이가 없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물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당선인이 미혼이어서 국무총리 부인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이번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에서 부인까지 검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부인들이 나서서 반대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김 지명자까지 도덕적 흠결로 타격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 후보자 지명을 고사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도덕적 검증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후보자 부인들은 검증과정에서 잃을 것이 더 많아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 강부자(강남·땅부자) 내각’ 논란이 불거져 곤욕을 겪은 바 있다. 이번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 난항에서도 우리사회 지도층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약 500년 동안 깨끗한 부를 유지한 경주 교동 최부잣집의 청빈한 삶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최부잣집은 집안을 다스리는 제가(齊家)의 가훈 ‘육훈(六訓)’과 자신의 몸을 닦는 수신(修身)의 가훈 ‘육연(六然)’을 철저히 지켜 12대에 걸친 만석 부자로서 존경을 받아왔다.

육연 중 자처초연(自處超然)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혼자 있을 때 몸가짐을 더 초연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부잣집은 혼자 있을 때도 어느 한쪽에 쏠리거나 매이고 집착하면 중용의 도를 잃어버리고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며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고 한다. 최부잣집이 500년 동안 만석 부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대대로 주색잡기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주 최부잣집 1대조인 정무공 최진립 장군이 1614년 12월 경원도호부사에 임명돼 이듬해 1월 통정대부에 오른 후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일어난 일화에서 자처초연의 정신을 찾아볼 수 있다.

이강식 경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최진립은 임기를 마치고 함경북도 경원에서 돌아오던 중 눈길에 막혀 경성부(함경도)에 몇달간 머물렀다. 이 소식을 들은 최진립과 서로 친하게 지내던 경성부 판관 이윤우가 그를 시험해보고자 이름난 기생을 보내 모시도록 했다. 두어 달 동안 이 기생은 최진립을 유혹했지만 최진립은 끝내 눈길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이윤우가 “오늘에야 심장이 꼿꼿한 남자를 비로소 보겠다. 악비(중국 남송 때 명장)인들 어찌 이보다 더하리오”라고 했다고 한다.

최진립은 관직에 있을 때 짐이 낡은 이불뿐이었다고 한다. 특히 집에 돌아와서는 거처하는 방이 비바람을 가리지 못하고 아내와 자식이 굶주림과 추위를 면하지 못했지만 청빈한 삶에 만족했다고 한다. 관직에 있을 때도 절대 뇌물을 받지 않았으며, 유배됐을 때도 지인들이 옥중에서 굶어 죽지 않을까 걱정돼 옥중에서 쓸 경비를 보냈을 때도 사절했다고 한다. 당시 최진립은 “내 죄가 중하니 감히 구휼을 받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혼자 있을 때도 몸가짐을 바르게 했던 최진립의 엄격함은 후손들도 받들고 따라 역사에 남을 명가의 기틀을 다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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