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후보 인선이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보다 면밀한 검증 작업을 통해 외부인사를 내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오후 강남 삼성동 자택 인근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나 “검증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엔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이정현 정무팀장 등이 참석했다. 박 당선인은 향후 있을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에 대한 협조도 당부했다.
특히 이날 회동은 김용준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새 총리 인선과 관련, 안정론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황 대표와 진 부위원장 둘 중 한 명이 내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하지만 황 대표와 진 부위원장 모두 “나는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외부인사’를 내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박 당선인도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총리는 120% 외부인사다. 나는 아니다”라며 “시간을 둬야 하기 때문에 발표는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언론에 거명된 몇몇 후보는 물론 새로운 인물을 함께 포함해 검증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근혜계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누가 총리 후보로 유력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누구나 알 만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복수의 인물 몇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누가 후보에 올라 있는지는 여전히 깜깜한 상태다. 압축된 총리 후보군에 새 인물이 들어있다면 검증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인선은 더욱 늦어질 수도 있다. 다만 새누리당 관계자는 “설 연휴를 전후해 발표한다면 예정된 일정에 크게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박 당선인의 취임 다음날인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키로 했다.
한편 총리 인선이 늦어지는 주요 배경으로 박 당선인 측에서 정한 나름의 도덕성 기준을 통과하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수위 관계자는 “검증 대상 중 부동산 투기나 다운계약서 작성 등으로 인한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 ‘고위공직자 3대 고질병’을 피해가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기 등이 한두 차례에 그치고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그럼에도 그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며 “그래서 청문회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 고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앞서 김 총리 후보자도 수차례에 걸친 부동산 투기와 탈루 의혹 등으로 여론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청문회가 열리기 전 자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