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삼성 25년]중- 쉼 없는 개혁엔진… 미국ㆍ일본 꺾고 세계 호령

입력 2012-11-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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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휴대폰 압도적 강자 만든 역전 드라마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저력은 바로 전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일등상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삼성의 20여개 일등상품은 당시 시장을 호령하고 있던 미국, 일본 등의 시장선도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한 역전승으로 이뤄낸 것이어서 더욱 가치가 크다.

시작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전신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은 지난 1976년. 모두가 반대했던 반도체 사업에서 산업의 미래를 본 사람은 당시 35세의 이건희 이사였고, 삼성의 비상(飛翔)을 운명처럼 결정지었다.

“전자사업을 하려면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개인 출자라도 하겠습니다.” 그는 이병철 회장에게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당위성을 외쳤다.

사실 당시 대한민국의 산업 현실에서 반도체 사업은 위험 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대규모 장치사업인 만큼 막대한 자금은 물론 첨단기술의 확보, 반도체를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했다. 경공업에 머물러 있었던 우리나라 현실에서 반도체 사업은 마치 공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1980년 말과 1990년 초 전세계 반도체 업계는 큰 변곡점을 맞이했고, 삼성의 과감성과 결단력은 빛을 발했다.

◇ 반도체 사업, 두번의 결단 = 1987년은 반도체 역사에 전환점을 맞는 중요한 시기였다. 당시로서는 대용량이었던 4Mb(메가비트) D램 개발과 관련, ‘스택(Stack)’ 방식과 ‘트렌치(Trench)’ 방식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시점이었다. 두 기술은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양산 단계 전 누구도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알기 어려웠다. 스택은 회로를 쌓아올리는 방식이고, 트렌치는 아래로 파들어가는 방식이다.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지하로 파는 것보다 위로 쌓는 게 쉽지 않겠습니까?” 이건희 회장의 판단은 옳았다. 반면, 트렌치 방식을 채택했던 세계 1위 일본 도시바는 양산 저하 문제를 일으키며 D램의 선두자리를 뺏겼고, 결국 뒤늦게 스택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내줬다. 만일 이 회장이 선진업체를 따라가 양산 문제를 겪었다면 반도체 사업은 고사하고, 그룹 전체가 흔들렸을 가능성도 컸다.

이어 1993년 8인치 웨이퍼의 채택은 삼성 반도체가 세계 1위로 부상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웨이퍼는 6인치가 대세였다. 8인치 웨이퍼는 6인치보다 생산량이 두 배 많지만, 기술적인 부담이 커 누구도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기보다는 8인치로 즉시 올라서는 것을 선택했다. 실패하면 당시 1조원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세계 1위 반도체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그때가 적기라고 판단했다. 새로운 반도체 5라인은 8인치 웨이퍼 양산라인으로 구성했다. 그 결과 16Mb D램은 일본 업체들과 같은 시기에 개발했지만, 삼성은 생산력에서 이들을 압도하며 1993년 10월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이후 삼성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LSI) 사업에도 나서게 된다. 이 회장은 “우리 반도체가 10년 후 뭘 먹고 살지 고민해야 한다”며 “시장이 불확실한 D램의 비중을 줄이고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1996년 미국 디지털이큅먼트와 손잡고 64비트 알파칩 개발에 나서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재 삼성은 스마트폰의 바람을 타고 모바일 분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텔과 동등한 지위로 올라서고 있다. 삼성은 올해 2분기 미국 텍사스 오스틴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 설비를 시스템LSI 제조라인으로 바꾸는 등 핵심 역량의 무게중심을 메모리에서 시스템LSI 쪽으로 옮기고 있다.

◇ 애니콜의 신화가 갤럭시의 아성으로 = 삼성의 또 다른 일등상품의 신화는 바로 휴대폰이다.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이 떨어지자, 삼성은 1988년 자체 휴대폰 개발 사업에 착수해 이듬해 5월 자사의 첫 휴대폰을 개발한다. 그러나 휴대폰 사업의 본격화는 1994년 ‘애니콜(Anycall)’ 브랜드인 ‘SH-700’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애니콜은 높은 통화 성공률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적극 내세우며 대대적인 광고와 프로모션을 실시했고, ‘사건·사고에서 가장 먼저 애니콜이 알렸다’는 구전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모토로라의 아성에 도전했다. 애니콜은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갔다.

그러나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운동장. 2000여명의 직원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10만대의 휴대폰과 무선전화기를 불길 속에 쏟아넣는 사건이 벌어졌다. 애니콜의 품질 문제가 지적되자 이 회장은 500억원 상당의 완제품을 태워버리는 결단을 했다. 이 회장은 “고객을 두려워하라. 돈을 받고 불량품을 파는 것은 고객을 속이는 짓”이라고 질책했다. 이 때문일까. 삼성은 휴대폰 화형식을 치른 4달 후인 7월 시장 점유율 52%를 기록, 42%에 머문 모토로라를 누르고 국내 1위 업체로 올라선다.

글로벌 휴대폰 판매도 가속도가 붙었다. 삼성은 2005년 처음 1억대를 돌파하면서 노키아에 이어 글로벌 2위 업체로 올라선다. 일명 ‘벤츠폰(이건희폰)’, ‘블루블랙폰’, ‘울트라에디션’ 등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판매한 텐밀리언셀러도 매년 등장하며, 삼성 휴대폰 사업은 승승장구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2007년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의 등장은 삼성에게 최대 위기를 불러왔다. 삼성은 윈도 기반 스마트폰인 ‘옴니아’(2008년), ‘옴니아2’(2009년)를 출시하면서 아이폰에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옴니아는 시장 트렌드에 뒤떨어진 윈도모바일 운영체제의 한계와 생태계 확립의 부족으로 수많은 안티 사용자들을 양산하며, ‘삼성 휴대폰 시대는 끝났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그러나 삼성은 2010년 구글 안드로이드로 플랫폼을 전향했다. 또 유럽시장에 일부 대응하고 있었던 ‘갤럭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대적인 반전에 나섰다. ‘갤럭시S’의 성공에 이어 ‘갤럭시S2’, ‘갤럭시S3’의 연이은 시장 호응이 이어졌고, 펜을 접목한 새로운 스마트폰 종(種)인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가세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은 처음으로 애플을 누르고 전세계 스마트폰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판매량에서 두 배가량 앞서는 절대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영원한 강자로 인식됐던 핀란드의 노키아에게마저 올 1분기 전체 휴대폰 판매량에서 역전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현재 휴대폰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8조1200억원(3분기 기준) 중 70%에 달하는 5조6300억원(IM사업부)을 거두는 등 삼성전자의 최고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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