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배당주의 계절]"짜다 짜"… 상장사 적정 배당률 논란

입력 2012-11-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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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3%대, 국내 상장사 1%대… "비교 되네"

다가오는 배당의 계절. 배당수익은 시세차익과 함께 투자자를 주식으로 끌어 모으는 큰 기둥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성장, 저금리 국면에서 배당의 유혹은 더욱 달콤하다. 상대적으로 예전에 비해 기업 성장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고배당 기업은 일반적으로 주가와 이익도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낸다. 투자자들이 고배당 기업에 주목하는 다른 이유다.

반면 기업에 배당은 소금과 같다. 적당량의 소금은 요리의 맛을 더해주지만 과도한 소금은 요리를 망친다. 배당은 기업이 적절히 사용하면 주주의 배를 불리며 더욱 많은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배당을 과도하게 하면 미래에 대한 투자금 부족으로 자칫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꾸준한 재투자야말로 기업 성장의 핵심이라는 것을 우리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한 회사에서 알 수 있다. 때문에 적정배당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턱없이 낮은 국내 배당률…순환출자가 문제? =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대비 배당률은 다른 주요국가에 비해 매우 낮다. 지난달 말 신영증권이 예측한 한국의 올해 연말 예상 현금 배당수익률은 1.14%다. 유진투자증권도 이달 코스피200 12월 결산 기업의 시가배당률을 1.1%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결산배당을 주당 1만원으로 가정했을 경우다. 지난해처럼 삼성전자의 결산배당이 주당 5000원이라면 배당수익률도 1.03%로 떨어진다.

이는 증시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을 기준으로 미국의 배당수익률은 2.07%로 한국의 두배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강한 유럽 국가들의 배당률은 이보다 높다. 영국이 4.10%, 독일은 3.59%에 달한다.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2.24%), 홍콩(3.41%)의 배당수익률도 우리보다 높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도 2005∼2011년 한국기업의 배당수익률은 평균 1.6%로 주요 20개국(G20)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턱없이 낮은 배당수익률의 원인으로 한국 재벌그룹의 순환출자가 지적된다. 순환출자는 재벌 계열사가 지분을 돌려가며 소유하는 구조다. A기업이 B 기업을 지배하고 B 기업이 C 기업을 지배하며 C 기업이 다시 A 기업을 지배하는 형식이다. 국내에서는 재벌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

그러나 배당측면에서 보면 순환출자 구조가 그리 유리하지 않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거치면서 배당금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0∼2011 회계연도 10대 그룹 비상장사(499개)의 배당성향은 41.21%에 달했다.

반면 상장사(92개)의 배당성향은 평균 15.25%로 비상장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배당성향은 배당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재벌들은 외부 지분이 높은 상장사는 배당을 적게 하면서도,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비상장사에는 배당잔치를 벌이는 두얼굴을 보였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증시 매력 떨어뜨릴 수도 = 한국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이 국내주식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국내기업들은 낮은 배당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성과 이에 따른 주가상승률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한국도 본격적인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예전과 같은 기업의 성장이나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장세를 지속하면서 장기투자를 위한 유인책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특히 낮은 시가배당률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높은 성장성에 국내 자본시장을 찾던 외국인의 자금은 더욱 단기투자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비중은 시가총액 기준 30% 수준을 넘는다. 안 그래도 ‘외국인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한국 증시가 외국인의 움직임에 휘둘릴 가능성이 한층 커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한국기업도 배당을 외국기업 수준으로 확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이 신흥시장이다 보니 성숙된 시장에 비해 배당규모가 작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증시의 배당규모도 외국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률적으로 한국의 배당이 작다고 할 게 아니라 업종에 따라 기대배당률을 달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한국전력처럼 성장성이 떨어지는 기업과 삼성전자처럼 대규모 재투자가 필요한 전기전자(IT) 기업의 배당 성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기업의 배당률이 외국기업에 비해 낮은 것은 맞지만 일부 업종의 기업은 주주 입장에서 배당보다 주가상승 등 회사가치를 올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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