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석중 에디터 겸 정치경제부장 "싸이와 안철수가 던진 화두는?"

입력 2012-10-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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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평범한 외모의, 가창력도 보잘 것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한국 가수에게 열광하고 있다. 싸이다.

지난 4일 서울시청 앞에서 펼쳐진 그의 공연에는 10만명에 달한 관객들이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 내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고, 싸이는 혼신을 다해 노래했다. TV 화면으로 전해진 열기는 2002년 서울월드컵 당시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가히 ‘싸이 狂드롬’이라 할 만 하다.

싸이가 지난 7월 발표한 ‘강남스타일’은 최단 기간에 조회 건수 4억건을 넘었다. 팝의 종주국인 영국 음악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전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지인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빌보드 차트에서는 2주 연속 2위에 올랐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신기원을 이룬 획기적 사건 임이 분명하다.

그의 성공담이 ‘강남스타일’ 하나로 그칠 수도 있고, 후속곡의 히트로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강남스타일이 보여준 성공학은 ‘독청성’이고, ‘한국적’이다.

싸이의 음악이 이전 아이돌 위주의 K팝과 다른 점은 철저하게 자기 색깔을 지녔다는 점이다. 아이돌의 K팝이 기성복이라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단 한벌 밖에 없는 맞춤복인 셈이다. 싸이가 맞고 아이돌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 영화가 한국적인 주제와 한국적인 감성으로 세계 무대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던 것과 같다. 영국 국영방송 BBC가 가수 싸이로 인해 한국이 문화수출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산업계에도 시사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모방을 통한 개량으로 현재 위치까지 왔다면 독보적인 지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나 만이 할 수 있는’ 유니크함이 더 필요하다.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던진 변화의 화두도 같은 맥락이다. 의사였고, 백신 개발자였고, 벤처기업 경영자였고, 대학교수였던 안철수다. 아무런 조직도 없지만, 생면부지의 정치판에 뛰어들어 몇십년 간 유지돼 온 정치판도를 일거에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의 파괴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이미 증명됐고, 대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도 여전하다.

박근혜 대세론은 무색해 졌고, 새누리당의 위기감은 심각할 정도다. 당황한 박근혜 후보는 당의 정체성과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 지도 않은 김종인 한광옥 같은 인물을 영입해 통합을 내걸었지만, 결과는 당 내분만 촉발했다.

민주당은 정당으로서의 존재의미 마저 잃은 듯 하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물론 문재인 대선 후보는 존재감 마저 희미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후보 자리를 꿰찰 수 있었지만, 문재인은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를 끌어들여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상품성을 갖는다면 대권을 차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꿈만 꾸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니, 20~30대층을 비롯한 젊은 층과 정치에 무관심했던 수많은 국민들이 안 후보를 지지할 수 밖에.

기성 정치권이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한다면, 그의 정치는 국민적 관점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는 지난해 3개월 가량 진행했던 ‘청춘콘서트’가 밑거름이 됐을 수도 있고,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체득한 것일 수도 있다.

기존 정치권이 현상에 대해 대증적인 대책을 정책이라고 내놓는 반면 그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고치려고 한다.

안 후보가 지난 7일 정책비전을 발표하면서 기초수급탈락 할머니의 자살 소식에 분노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는 법대로 처리했다고 반박했지만, 안 후보는 법이 잘못됐다는 것이고 많은 국민들이 이 부분에 동의하고 있다. 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거나,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겠다고 한 것도 같다.

싸이의 음악적 완성도가 높지 않듯, 안철수 후보가 내건 정책의 완성도도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소비자인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아니면 야권 단일화를 위해 중도에서 하차하든 이미 안철수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는 정-반-합을 통해 발전한다고 하지 않는가. 싸이와 안철수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우리 사회로서는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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