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그 후 4년]"또 당할라" 주식형펀드 외면…단타매매 ETF로 눈 돌려

입력 2012-10-02 08:33 수정 2012-10-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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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투자 패턴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사태로 펀드시장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코스피지수가 900선까지 폭락하며 펀드가 반 토막 나는 비운이 펼쳐지던 날들. 이제 증시가 다시 올라오면서 그날의 상처는 어느 정도 회복된 듯 보인다. 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상품’이라는 주홍글씨는 여전히 펀드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리먼사태로 펀드시장 직격탄…단타용 ETF만 몸집 불려

리먼사태 이후 4년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펀드 설정액의 감소다. 리먼사태로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코스피지수의 상승으로 본전이상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펀드투자라면 고개를 젓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 펀드는 이제 투자자들의 가슴속에 일종의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자리 잡고 있다.

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말을 기준으로 리먼사태의 여파가 반영된 2009년과 2010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에서 각각 7조2433억원, 18조8981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2011년에는 상반기 2100선을 가볍게 넘어섰던 코스피지수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폭락하면서 저가매수를 노린 자금이 오랜 만에 되돌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주식형펀드로의 순유입금액은 4조938억원에 그쳤다.

리먼사태가 발생한 2008년에도 9조1804억원의 자금이 국내주식형펀드로 순유입됐던 사실을 고려하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펀드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20일까지 3조9899억원이 빠져나가며 국내주식형펀드는 여전히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김보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자산관리컨설팅부 연구원은 “리먼사태로 펀드시장이 많이 위축됐다.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커지면서 리먼사태 이전보다 펀드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예전에 2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펀드에 들어왔던 투자자들이 지금은 10%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리먼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펀드 대신 자문형 랩과 ETF,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증권(ELS) 등 새로운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ETF가 급성장하면서 펀드시장을 잠식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2008년 말 ETF의 설정액은 2조8063억원으로 당시 국내주식형펀드 설정액 78조1681억원의 3.5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5조2612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말 국내주식형펀드 설정액은 64조552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ETF의 설정액은 전체 국내주식형펀드 설정액의 8.15%를 차지했다. 불과 3년 만에 ETF가 2배 이상 국내주식형펀드시장을 침략한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물론, 저렴한 운용보수 등 펀드에 비해 EFT가 갖는 장점에 투자자들이 움직인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리먼사태를 통해 펀드 장기투자가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투자자들이 단타매매에 유리한 ETF로 발을 돌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외펀드는 더 죽을 맛

그나마 국내주식형 펀드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리먼사태가 국내가 아닌 해외발 금융위기라는 점에서 국내투자자들의 해외펀드 기피현상은 국내주식형펀드보다 훨씬 심각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리먼사태 직전인 2008년 9월초 59조917억원이었던 해외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24일 27조6613억원으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국내와 해외에 모두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금융투자협회는 국내외 혼합투자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5분의 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2008년 8월말 기준으로 펀드수 199개, 설정액 28조6854억원이었던 국내외 혼합투자 주식형펀드가 지난 8월말에는 펀드수 76개 설정액 6조2058억원에서으로 축소된 것. 김보나 연구원은 “국내펀드는 증시의 등락에 따라 자금 유입이 있지만 해외펀드의 자금유입은 리먼사태 이후 미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은 투자자의 외면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쁘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달 20일 현재 -26.9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는 9.6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특히 이 기간 일본 펀드와 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52.76%, -37.59%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통해 해외펀드 손실상계 기간을 내년 말로 3번째 연장했지만 투자자들의 쓰린 속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손실상계는 2010년 폐지된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기간 중 본 손실과 이후 난 수익을 합산해 세금을 덜어주는 제도다.

◇그래도 채권형펀드는 잘나간다

그렇다고 펀드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무조건 떠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상대적 안정성을 등에 업은 채권형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2008년 9월초 5조1949억원이었던 국내채권형펀드의 설정액은 지난달 24일 8조6503억원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해외채권형펀드 설정액도 3500억원에서 4조2915억원으로 12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5년간의 수익률도 지난달 20일 현재 국내채권형펀드와 해외채권형펀드가 각각 31.12%, 50.75%로 높게 나타났다. 상품의 유형과는 관계없이 수익이 있는 곳에는 자금이 모인다는 투자의 기본원칙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채권형펀드는 수익률이 낮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에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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