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동빈곤층 10대]편의점·치킨집 등서 하루 10시간 노동…월급은 쥐꼬리

입력 2012-09-11 13:46 수정 2012-10-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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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노동력 착취 당하는 알바생

▲일부 몰상식한 자영업자들이 10대들을 근로자가 아닌, 종 부리듯 대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떼거나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허드렛일을 도맡아 시키고 있다.(사진=뉴시스)
20대 대졸자들이 대기업 등 4대 보험을 보장받는 일자리에 종사한다면 10대는 편의점, 식당 서빙, PC방, 피자·치킨 배달 등 주로 자영업종에서 근무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830명이 복수응답)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9%가 ‘카운터 및 서빙’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전단지 돌리기(24.8%), 배달(7.7%), 건설과 공장(6.2%), 주유소(4.8%) 순이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10대를 선호하는 데는 고용과 해고가 쉽고, 낮은 임금을 줘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10대 역시 쉽게 취업할 수 있다는 유혹에 자영업자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몰상식 자영업자들 종 부리듯= “일 할 사람은 필요하고, 인건비는 줄여야 하니까 얘들(10대)을 고용하고 있습니다.”자영업자들이 10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낮은 임금을 주면서도 근무 외 뒷정리를 시키는 등 근로 시간도 마음대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최저 임금 이상을 요구하고 3개월 이상 일하는 경우가 드물다. 게다가 대학생들은 시급뿐 아니라 노동시간 등에 대해서도 요구가 많다. 또 스펙 쌓기 등 학원 시간에 쫓겨 정해진 근무시간을 칼 같이 지킨다. 한마디로 근로환경에 대한 상식이 있어 고용주가 마음대로 부리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반면 10대는 일 하는 것 자체가 기회기 때문에 임금 조정에 긍정적이고 일이 끝나도 10~20분씩 잡아둘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P제과점을 운영하는 이모(46)씨는 “대학생을 고용했는데 토익학원 때문에 오후 3시 정각에 보내주지만 고등학생들은 마감 후 뒷 정리를 도와주곤 한다”고 말했다.

꿀강정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48)씨는 10대 위주로 고용하고 있다. 박 씨는 “10대들에게 시급 5500원, 하루 10시간 기준으로 월 110만원을 꼭 챙겨주고 있다”며 “대다수 사업주들은 고등학생 등 10대를 고용해서 성인과 같은 일을 시키고도 월 50만원도 안되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정모(53)씨도 10대를 고용하면서 최저임금 이하의 시급을 주고 있다. 정씨는 “장사가 너무 안 돼 시급(최저임금)을 챙겨줄 수 없다”며 “제대로 챙겨주면 월 100만원을 줘야하는데, 요즘처럼 불경기에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헐값에 팔리는 구조적인 문제= 자영업자들이 10대 노동력을 헐값에 사용하는 것은 업주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청이 1만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월평균 소득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30.8%를 차지한 ‘100만원 이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적자 및 무수입(26.8%), 101만~200만원(23.4%), 201만~300만원(9.9%), 401만원 이상(5.6%), 301만~400만원(3.5%) 순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순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경우는 81%로, 대다수 자영업자들의 벌이는 우리나라 평균 임금에 미치지도 못 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로 일하는 것”이라며 “영세한 규모에 내수 침체가 구조화 돼 인건비를 아끼려 10대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31.3%(2008년 기준)로 미국, 일본보다 4배나 높고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2배나 높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한국의 일자리 안정성이 그 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 살 깎기’ 경쟁으로 바쁜 이들에게 불황까지 겹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10대 근로자에게 미친다는 분석이다.

선 소장은 “자영업자들의 비율이 높고 이들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경기 불황탓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부동산에 돈이 몰리고 재벌 위주의 경제 정책에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아니다. 80~90년대는 오히려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회사원보다 높았다. 카드사용이 거의 없던 당시에는 매출을 줄여 세금을 덜 냈기 때문이다. 결국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소비층에 비해 자영업자들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지금의 절름발이 경제구조를 만들어왔다.

선 소장은 “20~30년 전에는 자발적으로 자영업자가 됐으나, 현재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 등 다양한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40~50대가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1= 특성화고 취업박람회(고용노동부)

*사진 2= 이력서 작성하는 모습

*사진 3= 용산전자상가 자영업자(이투데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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