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 없이도, 대자본 없이도… 흥행공식이 바뀐다

입력 2012-08-3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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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잇단 슬리퍼 히트

▲(왼쪽부터)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제작과 투자 배급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영화는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는 상품이다. 영화 상품은 곧 이윤을 창출하기위해 제작된다. 그 영화 상품의 가치는 대중의 소비욕구 충족을 위한 키포인트가 담겨야 한다. 그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이른바 ‘박스 오피스 히트’ 즉 흥행작이 탄생한다. 하지만 가끔은 ‘기대하지 않은 카드’ 즉 예상치 못한 영화가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다. 바로 ‘슬리퍼 히트(sleeper hit)’다. 최근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장은 이전에 볼수 없었던 다수의 슬리퍼 히트작을 양산하고 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를 보면 슬리퍼 히트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1990년대 복고와 첫사랑 열풍을 일으킨 ‘건축학개론’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개봉한 이 영화의 최종 스코어는 410만명. 극장가 최대 비수기 3월, 4월의 박스오피스를 주도하며 영화 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했다. 총 제작비 30억 대를 투입해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건축학개론’의 경우 이미 충무로에선 10년 전부터 나돌던 시나리오다. 연출을 맡은 이용주 감독이 직접 쓴 이 내용을 두고 ‘진부하다’ ‘건축과 사랑의 결합이 어울리지 않는다’ ‘러브 스토리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쏟아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이 영화는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스타 캐스팅 홍보와 트렌드(첫사랑)의 조합이 성공을 이룬 케이스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 올해 대표적 ‘슬리퍼 히트작’이다. 임수정-이선균-류승룡으로 이어진 메인 캐스팅 라인은 스타 파워에서 다소 떨어졌다. 부부생활의 트러블과 아침 드라마의 전유물로 여겨진 불륜 코드를 특유의 유머로 녹여냈다. 특히 세 배우가 선보인 의외성의 이미지가 슬리퍼 히트작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웃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게 대중들에게 관심을 끈 점이 됐다”고 말했다. 28억 대의 제작비를 투입해 458만명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 150만명의 3배를 가뿐히 넘겼다.

올해 최고 화제의 슬리퍼 히트는 여름에 터졌다. 그 화제작은 바로 전 세계 극장가를 뒤흔들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 할리우드 대작과 맞짱을 떠 450만 명을 동원한 ‘연가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제작비 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900억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2억 1500만 달러(한화 약 2600억원)다. ‘연가시’는 총 4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무려 ‘70대 1’ 수준의 맞짱 대결에서 굳건히 살아남았다.

성공 가능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대작은 피한다는 ‘배급 공식’을 역발상으로 이용했다. ‘연가시’ 제작사인 CJ E&M 홍보팀 관계자는 “누구나 피한다면 오히려 그만큼 경쟁자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10대 1의 싸움보단 5대1의 싸움, 5대1의 싸움보단 2대1의 싸움이면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큰 것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슬리퍼 히트작의 진원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다. 충무로에 부는 멀티 캐스팅과 사극 코미디란 장르의 주목성, 그리고 차태현이란 걸출한 코미디 배우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웠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전문가와 관객의 비판을 잠재우고 예상밖의 흥행성공을 일구는 중이다. 지난 8일 개봉 후 3주 만인 29일 현재 누적 관객수 420만 명을 넘어섰다. 일일 박스오피스에선 1200만 명을 넘어선 ‘도둑들’을 앞지르기도 했다. ‘연가시’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배급과 ‘철저히 재미만을 추구했다’는 상업적 코드가 SNS를 통한 입소문이 나며 소리 없는 강자가 됐다.

‘바람사’ 홍보를 맡은 퍼스트룩 강효미 실장은 “입소문이 예전에는 개봉 후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반응이 왔다. 하지만 이젠 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마케팅을 통한 일시적 바람몰이가 불가능해 진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슬리퍼 히트’는 개봉 영화의 ‘와이드 릴리즈’(대규모 상영) 배급을 무력화시키고 500개 수준의 스크린에서 점차 늘려가는 방식을 대세로 자리잡게 한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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