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금융만평]‘스펙’ 없앤 KB국민은행에 박수 보내고 싶다

입력 2012-08-30 10:58 수정 2012-10-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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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올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부터 스펙(Specification: 이력서에 쓰는 자격요건)을 보지 않는다고 발표해 금융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예 입행지원서에 스펙과 관련된 모든 항목을 없앤다고 한다.

청년 취업난으로 그 어느 때보다 ‘스펙’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KB국민은행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난 몇 년간 경기침체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좁은 취업의 문을 뚫고자 화려한 ‘스펙’은 이제 취업준비생에게 필수가 됐다. 대부분 업종이 불황을 겪는 가운데도 금융 관련 자격증 학원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스펙 지상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입사 지원자가 많은 상황에서 채용 효율성을 높이려고 서류 전형과정에서 ‘스펙’은 중요한 참조사항이 됐다. 창의력 있는 인재를 뽑고자 스펙을 단지 참조 사항으로 보려고 하지만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는 금융권 취업에서 아무래도 스펙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 인사담당자들의 얘기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신입직원 10명 중 8명이 금융자격증을 1개 이상 보유했다. 금융자격증 보유자 중 대부분이 2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한 점을 보면 스펙은 무시할 수 없는 자격 요건이다. 최근 대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도 금융 관련 자격증 취득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스펙이 취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나타내고 있다.

창의성이 풍부하지만 스펙이 없는 청년층은 취업시장에 설 자리가 없어 의욕상실로 구직이나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스펙 지상주의 취업시장에서 애플 창시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국내 기업에 취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이 스펙을 없애고 차라리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고 나선 것은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취업준비생 대부분이 금융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창의성이 풍부하지만 스펙이 없는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능력과 열정을 평가해 은행이 원하는 핵심 역량을 지닌 인재를 발굴하고자 과감히 스펙을 빼게 됐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스펙 항목을 없애는 대신 올해 인문학 베스트셀러 28권 목록을 입행지원서에 포함해 지원자가 관심 있게 읽은 책 중 10권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목록에 없는 서적은 별도로 기재하도록 해 1차 실무 면접 때 심층토론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KB국민은행으로부터 시작된 스펙 파기 바람이 다른 금융권 채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채용 실험이 미래 10년 뒤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특정분야에 창의력과 소질이 있는 청년에게 취업시장에서 공평하게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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