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서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 경영진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감시가 이뤄지는 것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유가증권 상장기업 710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CEO가 이사회의장을 겸직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91.4%(649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상장사는 2.5%(18사)에 불과했다.
이처럼 CEO나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면 이사회가 CEO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아울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18개 기업도 실질적으로 △금융기관 △공기업 △민영화 된 공기업 등으로, 자발적으로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를 분류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지 않은 18사 가운데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전북은행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LIG손해보험 △대신증권 등 8개 기업이 금융 및 금융투자업계 기업이다.
금융권의 경우 전국은행연합회가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서 ‘CEO-이사회 의장’의 분리선임을 권고한 영향이 크다. 이 규준을 준수해야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보험 및 증권업계도 실태는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증권사에 대한 경영실태를 평가하는 항목에 ‘CEO-이사회 의장 분리’ 여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급 또는 감독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선진자본시장에서는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시키려는 주주들의 움직임이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국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방 연구원은 이어 “지배주주가 CEO 또는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도 CEO와 이사회의장의 겸직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보다 크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CEO와 이사회의장직을 분리,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경영감시자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 최대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ISS(기관투자자주주서비스)에 따르면 미국 S&P1500 구성 종목 중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한 기업은 작년에 46%에 달했으며 그 중 53%는 독립된 사외 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