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스캔들’ 막전막후] ① 탐욕이 부른 희대 금융사기

입력 2012-08-22 09:00 수정 2012-08-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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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 조작 스캔들로 바클레이스를 비롯해 HSBC,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관련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조사는 물론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사진은 리보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 받고 있는 UBS의 지점 전경. 사진=블룸버그
“리보를 높게 보고할 필요는 없다. 화이트홀(영국 정부청사) 고위층 인사들의 의견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에 파문을 몰고 온 이른바 ‘리보 조작 스캔들’은 이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지난 2008년 10월29일 폴 터커 영란은행 부총재가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스 전 최고경영자(CEO, 사진)에게 건 한 통의 전화 내용이다.

당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금융 시장에 유동성이 말라붙었던 시기.

유동성 위기설이 돌면 파산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은행들은 서로 돈 빌려주기를 꺼렸다.

리보는 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클레이스는 당시 리보가 16개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신용도가 낮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터커 부총재의 전화는 당시 3위 은행이었던 바클레이스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 리보 조작을 묵인해주겠다는 일종의 암시였던 셈이다.

결국 바클레이스의 고위 인사들은 4%였던 리보를 30일 전날보다 크게 낮춰 보고했다. 3개월물 금리는 3.4%로 떨어졌다.

영국은행가협회(BBA)에 따르면 바클레이스가 제출한 리보의 낙폭은 당시 각 은행이 제출한 가운데 가장 컸다.

당시 HSBC는 3개월물 리보를 전날 3.4%에서 3.15%로, 로이즈뱅킹그룹은 3.35%에서 3%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3.6%에서 3.3%로 각각 낮췄다. UBS는 3.4%에서 3.2%로, 크레디트스위스는 3.55%에서 3.15%로, 도이체방크는 3.45%에서 3.25%로 각각 낮아졌다.

결국 모든 은행이 한꺼번에 금리를 낮춰 보고하면서 3개월물 리보는 3.42%에서 단숨에 3.1925%로 낮아졌다.

대형은행간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인 리보는 BBA의 감독 하에 국제정보제공업체인 톰슨로이터가 산출, 주요 16개 은행으로 구성된 패널이 매일 제출하는 자료를 근거로 한다.

이들 은행간 금리 조작 담합 정황이 포착되자 북미 유럽 아시아의 금융당국은 조사에 나섰다.

UBS가 2010년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리보 조작의 꼬리가 밟혔다.

이를 계기로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HSBC홀딩스 JP모간체이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UBS는 조사에 협력한다는 조건으로 미국 법무부를 포함한 일부 규제당국으로부터 부분적인 면책 특권을 받았다.

대상 은행들은 금융위기 당시 부정확한 자료를 제출해 자의적으로 리보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놓고 조사를 받았다.

더불어 은행의 금리 파생상품 트레이더가 자료 제출 담당자와 공모해 금리를 책정해 수익을 챙겼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하필 바클레이스가 첫 번째 타자가 된 것은 고위 경영진 간 금리조작 사실이 드러난데다 뉴욕 런던 도쿄에 근무하는 트레이더가 자사의 파생생품 거래에 유리하도록 리보를 조작하려 한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결국 바클레이스는 리보 조작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과 영국의 규제 당국에 2억9000만파운드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마커스 에이지어스 회장에 이어 다이아몬드 CEO까지 최고 경영진이 하루 간격으로 사임했다.

바클레이스를 계기로 리보 조작이 표면화하면서 세계 금융허브로서 런던의 신뢰가 요동쳤다. 영국 정부와 영란은행, 금융 규제 당국에 대한 감시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고조됐다.

불신감은 국경을 넘었고 결국 전세계 은행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각국 중앙은행들까지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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