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인디뮤지션 흐른 "스톱 덤핑 뮤직!"

입력 2012-08-20 11:56 수정 2012-08-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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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달라진 음악의 의미와 음악인의 고충

요즘 대중음악계는 온라인 음원 가격 문제로 시끄럽다. 음원사이트에서 일정액을 내고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무제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정액제 및 묶음 다운로드 할인제를 둘러싼 논의가 그 주요 내용이다. 대중음악인들이 이러한 제도가 음악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음원판매 수입 분배에 있어 판매자(음원사이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권리자(음악생산자)의 몫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스트리밍 정액제와 묶음 다운로드 할인제가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에는 대중음악인들이 모여 ‘stop dumping music’이라는 구호 아래 공청회를 갖고 서울 광화문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나에게도 이 문제는 남 일이 아니다. 스트리밍 정액제를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내 노래도 CD 보다는 음원을 통해 접하는 사람들이 몇 배 더 많을 것이고 그들 중 대부분이 다운로드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 되던 나의 음원 수입도 갈수록 더 줄어들 것이다. 음악인들이 이 문제를 생존권 문제로 칭하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탓을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음반을 사 주거나 곡당 600원을 내고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준다면야 고맙겠지만, 더 싸고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쪽으로 간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음악생산자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을 때 한 곡당 음악생산자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1.3원 이하이다. 1원짜리 동전도 없는 시대에 말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 나 같은 인디뮤지션들은 ‘알바’를 한다.

한편으로 이 정액제 논의를 지켜보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의 의미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 또한 느낀다. 테이프를 사 모으기 시작해 CD를 거쳐 온 세대인 나는 말 그대로 음악을 ‘열심히’ 들었다. 음악전문잡지에서 리뷰를 읽고 추천 밴드의 앨범을 사보고 친구들과 CD를 돌려들으며 좋아하는 밴드를 찾고 그들의 음악을 수백 번이고 플레이했다. 앨범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음악을 내 것으로 만드는 점유 과정이었다. 그것은 음악에 대한 내 애정의 증명방식이자 음악을 좋아하는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요즘에는 음악을 훨씬 더 쉽게, 그리고 많이 접한다. 핸드폰 벨소리를 좋아하는 음악으로 해서 듣고 SNS에서 좋아하는 음악의 동영상을 링크시키고 스마트폰으로 음원사이트에서 음악을 듣는다. mp3 파일조차 필요 없다. ‘재생 목록’만 있으면 된다. 이제 음악은 그 자체로 소유하고 몰입하는 것이기보다는 타인과 나를 맺어주는 매개체이거나 일상의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음악이 우리 생활 곳곳에 있다 보니 사람들은 음악을 공기처럼 당연히 주어지는 것, 혹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은연중에 착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서 서운할 때가 있다. 음악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창작자, 연주자, 녹음/믹싱/마스터링 기술자, 제작자의 고민과 노동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산물인데 그걸 몰라주는 것 같아서 서운한 거다. ‘stop dumping music’을 외치면서 함께 광화문을 행진하던 동료 음악인들도 그런 마음 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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