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삼성 vs 애플 특허전]‘삼성·애플’세기의 인물열전

입력 2012-08-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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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왕국 제왕부터 스타변호사까지 ‘초호화 캐스팅’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삼성과 애플의 최고경영자에서부터 판사, 변호사, 증인, 배심원까지 다양하다. 흡사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 소설을 보는 듯 하다. 이 인물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특허전쟁 기사가 나올 때마다 되짚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한다. 등장인물을 꿰고 있어야 기사를 읽는 내내 긴장감이 더해지는 것도 물론이다.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루시 고 美 연방법원 판사, 팀 쿡 애플 CEO, 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삼성-애플 최고경영자 맞대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다. 잡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본 후 “왜 내 제품을 모방해!”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특허 소송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이건희 회장은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며 맞불을 놨다.

현재 두 회사 특허전의 주인공은 단연 최지성 부회장과 팀쿡 CEO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전체를 진두지휘해야하고, 스티브 잡스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현재 삼성 미래전략실장으로 그룹 2인자에 올랐지만, 애플과의 특허전이 시작될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지금껏 소송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팀 쿡 CEO도 지난해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특허 소송을 이끌고 있다. 팀 쿡은 잡스와 달리 특허 소송을 원치않는 인물로 알려지면서 양 사가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아직도 특허전쟁은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무산됐다.

최근 미국 본안 소송에서 증거물로 이메일이 공개되며 주목받는 또 다른 인물도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신종균 IM부문 사장이다.

공개된 이메일에는 2010년 2월10일 신종균 당시 무선사업부장(사장)과 내부 직원들의 간담회 내용이 적혀 있다.

이메일을 살펴보면 아이폰 성공으로 인한 후폭풍에 큰 위기의식을 느낀 신종균 사장이 내부 직원을 독려하는 부분이 낱낱히 드러나 있다. 신 사장은 아이폰과 비교하며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강화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노키아만 주목하느라 폴더, 바, 슬라이드 형태 등의 휴대폰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하니 UX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이는 디자인의 위기다”라고 질책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재판의 열쇠를 쥔 루시고 판사= 미국 새너제이 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전세계 10여개국 30여건의 양사간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쥔 인물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데다 애플이 미국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재판 결과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고 판사가 한국계라는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 기업간의 특허 소송전 판결을 한국계 미국인이 내린다는 얘기. 양 사의 특허전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한층 더해 주고 있다.

고 판사는 1968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태어나 1993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한국인 2세로 한국명은 고혜란이다. 미국 법무부 보좌관, 연방검사, 로펌 수석변호사 등으로 근무하다 2008년 산타클라라주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되고 2010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 연방법원 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부터 미국 법원의 본안소송이 시작되며 그의 이름은 수시로 오르내리고 있다.

고 판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22명의 증인 명단이 적힌 75페이지에 달하는 리스트를 제출한 애플 변호인에게 “마약을 하지 않은 이상 이 증인들을 법정에 세우지 못하는 것을 알지 않느냐”라고 소리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에서 이처럼 감정적인 발언이 나온 것은 일정대로 재판을 마치기 원하는 고 판사에게 애플이 그만큼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 판사의 발언 뒤에 나온 애플 측 변호사의 대답도 걸작이다. 그는 판사에게 다가가 “존경하는 판사님, 맹세하건데 전 마약을 하지 않았고, 이를 약속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 고 판사는 “이제 화해할 시간이다(It's time for peace). 삼성과 애플 최고경영자가 전화로 한 차례 더 협상하도록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삼성-애플 변호인도 붙는다= 삼성과 애플의 변호인단 대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탄탄한 논리와 뛰어난 화술로 10명의 배심원을 설득해야 하는 변호인의 대결은 이번 소송의 최대 승부처다.

삼성전자의 변호를 맡은 찰리 버호벤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 최고의 변호사로 꼽힌다. 1985년 아이오와 대학교, 1988년 아이오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IBM, 구글, 퀄컴, 야후, 모토로라 등 글로벌 IT 기업 변호를 담당하는 등 특허 부문에서 잔뼈가 굵다. 지난 2010년에는 ‘아메리칸 로우여’가 수여하는 올해의 지적재산권 소송 부문 상을 수상하고, ‘데일리 저널’이 선정한 캘리포니아 톱 100 변호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애플 측 변호인인 헤럴드 매켈리니는 지난 2006년 삼성SDI와 파이오니어의 특허소송에서 파이오니어 측 변호를 맡아 승소를 이끌어낸 전력이 있는 삼성 저격수다.

매켈리니 변호사는 지난 1970년 산타클라라 대학교, 1975년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전자업체, 생명과학기술 관련 소송에서 활동해왔으며 특허, 저작권, 무역 분쟁 등에 강하다.

화려한 이력에 걸맞게 두 사람은 미국 본안 소송에서 팽팽한 논리 싸움을 펼치고 있다.

버호벤 변호사는 변론에서 “직사각형 디자인은 애플이 개발한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 전부터 다른 기업들이 사용해왔다”며 2006년 출시된 LG전자의 프라다폰을 예로 들었다. 애플 특허가 원조가 아니라는 점을 직접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아이폰이 산업과 경쟁을 고무한 것은 인정한다”고 발언하는 등 직설적 화법과 완곡한 화법을 넘나드는 변론 테크닉을 발휘하고 있다.

매켈리니 변호사는 직설적인 화법 위주로 변론하고 있다.

그는 “애플은 삼성전자 때문에 어마어마한 손해를 봤다”며 플립폰, 쿼티 자판폰, 슬라이드폰 등을 배심원단 앞에 꺼내 놓았다. 이어 “아이폰이 나오기 전과 후의 삼성전자 휴대폰을 보라. 삼성전자는 혁신보다는 손쉬운 길을 걷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증인의 ‘입’에 관심 집중= 애플의 전 디자이너인 ‘신 니시보리’. 지난 달 미국 특허 본안소송이 시작된 후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명이다.

삼성전자측이 주장하는 “아이폰의 디자인은 소니의 제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4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아이폰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출시된 아이폰이 먼저 나온 소니의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했다며 애플이 디자인 특허 침해를 운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니시보리는 당시 아이폰을 디자인한 애플의 산업 디자이너다. 삼성전자는 그를 소니 디자인 차용 여부를 증언해줄 인물이라고 판단, 핵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니시보리는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여 왔다. 삼성전자가 증인 신청을 하자 본안소송을 앞두고 한달 전 돌연 퇴사했고 지난달 29일에는 법원에 서한을 보내 “재판에 출석할 용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이 니시보리를 증언대에 세울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그가 법정에 서느냐 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신 니시보리는 지난 2002년 6월 프리랜서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 애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하우징 디자이너인 니시보리 신을 전격 스카우트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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