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시선파괴]'1000만 클럽'의 두 얼굴

입력 2012-08-17 10:33 수정 2012-08-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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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영화 ‘친구’가 누적관객 동원 수 800만 명을 넘어서자 충무로가 들썩였다. 전인미답의 고지가 무너지자 영화계는 샴페인을 터트리기에 바빴다. ‘제2의 르네상스’를 외치며 한국 영화 시장의 외연 확대에 따른 장밋빛 미래를 전망한 분석이 쏟아졌다. 이에 발맞춰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제작이 봇물 터졌고, 박스오피스에 오른 흥행작들의 산술적 수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이후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한국영화는 1000만 시장으로 진입했다. 지난 15일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개봉 22일 만에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2009년 ‘해운대’ 이후 3년 만이자 한국영화 역대 여섯 번째 기록이다. 2001년 ‘친구’는 한국영화 시장 투자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도둑들’의 1000만 돌파로 이뤄질 2012년의 기대치 상승분도 주목된다. 단순 비교를 통해 두 시기의 상황을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영화 흥행이 2001년에 비해 2012년 오늘에선 역기능의 순환 구조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시장의 편중성이다. 이른바 돈 될 만한 기획성 상업영화에만 시장의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영화 흥행 10위권’ 영화의 개봉연도 별로 살펴보면 그해 해당 영화의 흥행이 이뤄진 뒤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이 앞 다퉈 제작 개봉됐다. 영화는 단기간에 수익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트렌드에 상당히 민감하다. 결국 생산자 입장에선 되는 상품에 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대규모 투자 상품의 수요층이 두터운 시장 상황에서 제작사 들은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투자 시장의 편중성은 콘텐츠의 다양성 거세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 한때 충무로는 조폭 영화 제작이 붐을 이룬 적이 있다. 이런 분위기가 단지 수치상으로만 예측할 수 있는 점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한다. 스크린을 넘어 안방극장까지 점령한 조폭 장르는 결국 청소년 범죄 증가란 문화 콘텐츠의 역기능으로 도출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한 바 있다.

최근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이 관객 4만 명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독립영화계는 기쁨의 탄성보단 아쉬움의 한 숨을 더 쉰다고 한다. 제한된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인해 계약된 상영 일자를 넘길 경우 개봉 예정된 다른 예술영화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배급시장에서 결국 투자가 집중된 대규모 블록버스터급의 기획성 상업영화는 단 기간에 자본 회수를 원칙으로 하는 대기업의 자본 논리 시각에선 환영 받을 손님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1000만 관객 돌파’란 이런 현상은, 흥행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부 예술영화의 시각에선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1000만 영화 흥행 속에 감춰진 두 얼굴, 서슬 퍼런 양날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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