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대형화' 열풍]'통큰 전쟁'…"더 크게 키워라"

입력 2012-07-30 09:23 수정 2012-07-31 06:2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슬림·소형화 바람은 미풍에 그쳐…제조업체 기술 과시 자존심 경쟁

“나는 큰 게 좋더라.” 1980~90년대 빙그레 아이스바 ‘비비빅’과 크라운 ‘산도’ 광고카피다. 섹스어필 논란을 일으키며 유행했던 이 광고카피는 20~30년이 흐른 지금 제조업체 간 경쟁과 소비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되고 있다.

‘크게 더 크게’를 외치는 제조업체들이 모든 제품의 사이즈를 키우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형화 트렌드는 어느새 찻잔 속 태풍이 되어 버렸고 대형을 넘어 초대형으로 치닫는 제품 개발은 제조업체 기술력의 잣대가 되면서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로 시장조사전문기관들마다 소비시장의 슬림화·소형화 바람을 전망했다. 자동차, 식음료, 생활가전 등 소비시장 전 부문에서 소형 제품들의 매출이 상향 곡선을 긋고 있다는 소비자조사결과들도 잇따라 발표됐다. 대형 제품은 더 이상 시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소형화 트렌드는 주택과 자동차 등 일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시장을 제외하면 미풍에 불과하다. 오히려 제조업체들이 이끌고 소비시장이 반응하면서 대형화 바람이 태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지난 4월 시장조사전문기관인 GFK코리아가 발표한 ‘2011년 소매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활가전 5대 품목인 에어컨,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TV의 대형화 추세가 뚜렷했다. 이들 품목의 판매 수량은 줄었지만 전체 시장의 매출 규모는 커졌다. 대형·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실제 5대 품목의 지난해 총 판매금액은 전년 대비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GFK 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정은 전통적으로 대형, 분리형, 자동형 등 고급형 내구재 선호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다”면서 “핵가족 시대로 접어든 이후에도 생활가전의 대형화와 프리미엄화 추세는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제조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제품 개발에 자존심까지 내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대형화 경쟁은 비단 생활가전에 머물지 않는다. 한때 손바닥 안에 쏙 들어왔던 휴대용 전자기기들까지 다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1980년대 후반 휴대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제조업체들의 고민은 휴대하기에 불편할 만큼 커다란 사이즈에 있었다. 손바닥 절반에도 못 미치는 휴대폰의 등장은 그로부터 10년을 훌쩍 넘긴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다. 그러나 휴대폰은 다시 사이즈를 키우고 있다. 휴대폰 시장의 트렌드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음성통화와 문자 기능 이외에 눈으로 보는 인터넷 등의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사이즈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손바닥 크기를 넘어선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물류업계의 대형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한항공이 지난해부터 운항을 시작한 초대형 항공기 A380은 객실 전체가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여객기다. 에어버스사가 개발한 이 여객기의 최대 탑승인원은 좌석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800명이 넘는다. 대한항공은 탑승객 편의를 위해 1층에 1등석 12좌석과 이코노미 301석, 비즈니스 전용인 2층 94석 등 총 407석을 장착한 표준형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하늘에 A380이 있다면 바다에는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과 초대형광탄운반선(VLOC) ‘발레 브라질’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5월 생산에 들어간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은 길이 400m, 폭 59m로 갑판 넓이만 축구장 4개 크기다. 2011년 건조된 ‘발레 브라질’은 에펠탑(324m)보다 긴 362m로 22층 건물에 해당하는 56m 높이를 자랑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제조업체들이 자존심까지 내걸고 경쟁하고 있는 대형 제품 개발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그 끝은‘예측 불가능’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제 비밀번호가 털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스라엘군 “가자지구서 인질 4명 구출”
  • 아브레우 "동해 심해 석유·가스 실존 요소 모두 갖춰…시추가 답"
  • MBTI가 다르면 노는 방식도 다를까?…E와 I가 주말을 보내는 법 [Z탐사대]
  • 가계 뺀 금융기관 대출, 증가폭 다시 확대…1900조 넘어
  • [송석주의 컷] 영화 ‘원더랜드’에 결여된 질문들
  • 비트코인,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 하루 앞두고 '움찔'…7만 달러서 횡보 [Bit코인]
  • 대한의사협회, 9일 ‘범 의료계 투쟁’ 선포 예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6.0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8,039,000
    • +0.09%
    • 이더리움
    • 5,208,000
    • +0.1%
    • 비트코인 캐시
    • 667,000
    • -0.45%
    • 리플
    • 700
    • -0.57%
    • 솔라나
    • 224,000
    • -2.18%
    • 에이다
    • 618
    • -1.44%
    • 이오스
    • 995
    • -2.64%
    • 트론
    • 163
    • +1.88%
    • 스텔라루멘
    • 139
    • -1.42%
    • 비트코인에스브이
    • 79,950
    • -2.26%
    • 체인링크
    • 22,620
    • -1.65%
    • 샌드박스
    • 580
    • -5.5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