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프로골퍼와 돈

입력 2012-07-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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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스포츠문화부장

422만398달러(약 47억9180원).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승한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37·미국)가 상반기 11개 대회에 출전해 벌어들인 상금이다. 1996년부터 74승을 하면서 16년간 상금으로만 손에 쥔 것이 9903만7940달러(약 1124억4767만7076원)이다.

골퍼들이 보면 여간 부럽지 않은 일이다. 원하는 골프하지, 돈 벌지, 세계적인 명문코스는 죄다 돌지. 아마추어 골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우즈의 직업은 프로골퍼다. 프로페셔널 골퍼(professional golfer)로 직업이 골프선수다.

그러나 누구나 이렇게 상금을 버는 것은 아니라는데 냉혹한 프로의 세계가 존재한다. 대개 PGA투어에서 1년동안 생활하려면 100만달러는 족히 들어간다. 아껴서 써도 1억원은 깨진다. 매주 비행기를 타거나 차로 이동한다. 캐디도 동행한다. 먹고 자는 것 또한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정상급 선수들이야 스폰서도 있고 용품사도 달라붙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특정선수에 국한 돼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선수들은 어떨까. 그래도 형편이 나은 최경주는 올해 14개 대회에 출전해 68만2445달러를 획득했다. 7억원 이상 챙겼으니 여유가 있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둬 1500만달러 이상 벌어들인 리 잰슨(미국)은 8개 대회에 출전해 두번만 본선에 올라 지갑에 들어온 돈은 겨우 11만6989달러다.

이 때문에 프로골퍼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불법비디오나 호환마마가 아니다. 바로 ‘컷오프(예선탈락)’이다. 본선진출을 못하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기만 한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컷오프되면 상금은 제로(0)이며 빚내서 생횔해야 한다. ‘적자인생’이 따로 없다.

이는 1부 정규투어를 뛰는 선수들 이야기다. 여기에도 끼지 못해 2부 웹닷컴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더 비참하다. 무엇보다 상금이 적다. PGA 투어가 상금이 600만달러에서 850만달러에 이르지만 김비오가 뛰는 웹닷컴 투어는 가장 큰 상금대회가 100만달러고 대개 50만달러 안팎이다. 13개 대회를 치른 현재 24만4234달러를 벌어들인 선수가 상금랭킹 1위다. 꼴찌인 213위는 1183달러다. 김비오는 랭킹 40위로 5만9953달러. 1부와 2부 투어는 천양지차다. PGA투어는 방송을 하지만 2부 투어는 거의 안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정규투어와 챌린지투어가 있다.

정규투어는 2개 대회에서 우승한 김비오가 4억원으로 상금랭킹 1위다. 51위는 겨우 1000만원을 넘겼고, 106위는 137만6892원이다. 먹고, 자고, 연습라운드하고, 캐디피를 주고나면 남는 것이 없다. 챌린지 투어는 더 비참하다. 1위는 3000만원을 조금 넘겼고, 168위는 달랑 55만원 벌었다.

그러나 이렇게 프로투어에서 뛰는 선수는 그나마 낫다. 희망이 있다. 기량만 갖추면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보다 서너배에 달하는 연습생들은 바늘구멍처럼 좁은 문을 통과하기위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매년 프로테스트에 나와 떨어지면 고스란히 출전준비 비용은 빚으로 남는다. 국내 정규투어에서 최다승을 기록한 최상호(57·카스코)도 7번 떨어지는 동안 날린 것은 세월과 돈이었다.

사실 프로골퍼가 되기까지 그리 쉽지가 않다. 대부분 초등학교 2~3학년때 클럽을 잡는다. 그리고 세미프로가 되기전까지 수많은 대회에 출전한다. 주니어 선수가 쓰는 경비는 연간 최소금액이 5000만원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주니어시절을 보낸 H선수는 프로자격을 따기까지 7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기도하지만‘죽기 살기’로 하지 않으면 금방 낙오된다. 특히 골프를 하는 주니어를 둔 집안은 부모중 한 사람은 24시간 아이에게 달라 붙어 있어야 한다. 프로가 되면 어떻게 되겠지 하지만 또다시 부모는 캐디로 나선다. ‘작은 거인’김미현(35)은 미국에서 온 가족이 달라붙어 함께 생활하며 올인해 성공한 케이스다. 이렇게 프로골프는 땀과 시간, 돈이 필요한 스포츠다.

‘철인골퍼’ 벤 호건은 ‘내가 하루 연습을 하지 않으면 그것을 내 자신이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갤러리들이 알며, 3일 연습을 안 하면 온 세상이 다 안다’고 했을까.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은 연습장에서 밤새 볼을 치고 아침에 보니 손바닥에서 피가 흐르고 있을 정도로 강훈을 했다.

프로골퍼의 생활은 아마추어 골퍼가 생각하는 것처럼 ‘볼치고, 놀며, 돈 버는’ 신선(神仙)놀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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