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과천담론]불꺼진 재정부가 부러운 이유

입력 2012-05-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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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경제팀장

한 달 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퇴근과 관련된 CEO 메시지를 보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자’는 당부를 전 직원에게 전하면서 ‘6시 칼퇴근’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에게는 회사 외에도 남편과 아내, 자식, 부모, 친구로서의 역할이 있다”며 “이런 삶의 중요한 부분간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그 삶은 언젠가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였고 모든 것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균형있는 삶을 살지 못한 사람은 나중에 가족에게 돌아가더라도 그때는 이미 아내, 자식들이 아버지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본인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인사부서는 6시 이후에 근무하는 직원을 색출, 이름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다. 차 부회장은 LG생건의 직원들이 길게는 수십 년 일한다는 것을 가정하면 직원의 건강과 가정, 생활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입버릇 처럼 이야기한다. 회사 대표의 의지가 직원들의 삶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야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한민국 정부 대표 부처 기획재정부 공무원들도 장관의 의지로 이른 퇴근을 강요당하고 있다. 당초 ‘8-5’(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제 근무를 제안했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심해 30분씩 출퇴근 시간을 늦췄다. 그는 “일만 많이 하는 것이 자부심이고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며 “우선 830-530(오전 8시30분 출근, 오후 5시30분 퇴근)제를 단초로 삼아 한 번 바꿔보자”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아직도 반신반의한다. 당초 8-5제 얘기가 나왔을 때 업무량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면 출근만 빨리하고 퇴근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우려였다. 야근을 줄여 공무원들도 자기계발을 하고 가정과 함께하자는 장관의 강력한 의지는 “간부들부터 솔선해서 일찍 퇴근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말이 나와서야 먹히는 듯 했다.

‘830-530’제 시행 열흘이 지났을까? 과천정부청사의 밤은 기획재정부 보다는 지식경제부나 국토해양부 건물의 불빛이 더 많아지고 있다.

얼마전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중앙부처 공무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 분석한 결과 572명 중 비만 28.8%, 과체중 25.2%로 대상자의 절반이상이 현재 과체중이거나 비만 상태라고 발표했다. 특히 남성 공무원의 75.1%, 여성 공무원의 29%가 과체중 이상으로, 남성 공무원의 비만 문제가 심각했다.

전체 공무원 4명 중 1명 정도는 심각한 직무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며 관계갈등, 보상부적절, 조직체계, 직무자율 관련 직무스트레스 수준도 높았다. 2004년 이후 5년간 공무상 사망자 714명 중 과로사가 전체의 42.2%에 해당되는 301명으로 집계됐다.

일이 많긴 하겠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자기성취의 이유도 있겠지만, 자신의 건강과 가족, 친구와 함께 하는 삶이 필요한 건 공무원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기획재정부 뿐만 아니라 지경부, 국토부 등 모든 과천 청사의 불빛도 균형을 맞추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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