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은행원도 당했답니다…당신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입력 2012-05-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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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244건 발생 1019억 피해…진화하는 '낚시기술'에 속수무책

▲은행 짝퉁 홈페이지가 등장하고, 검찰을 사칭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방 캠페인이 역부족을 보이자 사정당국이 보이스피싱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사진=고이란 기자)
“아내분께서 다치셔서 병원에 오셨는데 지금 2000만원 입금해 주셔야 됩니다.”

“보이스피싱 아니에요? 직접 아내랑 통화해볼께요.”

“여보 난데 지금 병원 왔어. 입금하고 빨리 와줘.”

시중은행의 A부장은 최근 이 같은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중년 여성까지 동원한 조직력에 속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내가 당하다니…”라며 가슴을 친 건 병원에 도착하고 난 뒤였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백윤식이 “사기는 예술이다”고 말했던가.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도 이 정도면 예술의 영역에 다가선 듯 하다.

물론 보이스피싱과 예술은 다르다. 보이스피싱은 대중에게 예술의 탐미를 주기보다는 쓰라린 기억을 남긴다. A부장은 거액의 사기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가족과 주변에 말도 안했다. 이유는 창피해서다. “은행원인 내가…”라는 자괴감에 그는 한동안 속앓이를 했다.

전화로 상대방을 낚는 피싱반, 인터넷 웹사이트를 운용하는 온라인반, 현장에서 돈을 인출하는 현장반 등 삼각구도로 잘 쨔여진 이들에게 A부장은 속수무책이었다.

보이스피싱의 진화는 피해규모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지난해 총 8244건, 피해액은 1019억원으로 전년대비 2789건(51.1%↑), 465억원(83.9%↑)이나 급증했다.

보이스피싱의 실적이 크게 늘어난 데는 그들의 창의력이 원천이다. 저명한 소설가들 ‘저리 가라’다. “가족이 다쳤으니 돈을 송금하라”, “공과금이 밀렸으니 지금 내야한다”는 초기적 수법에서 발전을 거듭했다. 이 같은 보이스피싱은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짜 웹사이트를 만들고 개인정보를 통채로 가로채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 검찰인데요 사기를 당했으니 개인정보를…”, “신용보증기금인데 주민번호가 필요하네요”, “카드가 불법 복제됐습니다” 등 피해자의 가슴을 철렁이게 하곤 유유히 개인정보를 빼내 단번에 수천만원을 빼내는 대박을 친다. 물론 전자금융 수단의 발달도 이들에겐 유용한 도구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난처한 건 은행. 나름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나 좀체 피해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제 은행들은 인터넷대출을 중단하고, 공인인증서 발급을 강화하며 보이스피싱과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고객들은 은행에 와서 엄청나게 화를 낸다”며 “은행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은행은 사전 예방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 직접 검거에 나설 수도 없는 터라 속은 타들어간다. 사정당국 역시 좌불안석이다. 피해규모는 늘지만 검거 실적은 제자리인 탓이다.

박봉희 서울남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은 “최근에는 전화번호나 인터넷 IP(주소)의 출처가 대부분 해외여서 추적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 수사관은 “돈을 자동화기기에서 인출하는 조직원들은 조선족이나 국내 거주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검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의 흔적은 길고도 길다. 그렇기에 사회 전체적으로 불신을 퍼뜨리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 피해자는 “전화로 은행이다 검찰이다란 말만 들으면 끊어버린다”고 털어놨다.

보이스피싱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은행과 사정당국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노태우 대통령 시절 만큼의 성과를 낼지.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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