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 日 ‘제로원전’ 그 이후

입력 2012-05-09 09:31 수정 2012-05-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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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부 차장

지난 5일(현지시간) 일본의 원자력 발전 54기의 가동이 42년 만에 모두 멈췄다.

도쿄도에서는 탈원전 실현을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전국 각지에서 다시는 원전을 가동하지 말자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는 등 일본은 축제 아닌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퍼레이드 참여자들은 “언제까지 원전에 의지할 수 만은 없다는 각오를 결정할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가운데 원전에 대한 노이로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 동안의 열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문제는 과연 원전 제로 상태에서도 나라의 살림살이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중요한 ‘결정의 순간(Decision Points)’이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일본 경제는 이제야 대지진 쓰나미와 원전 사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겨우 회복 기조에 오르고 있는 데 말이다.

원전 제로 장기화로 전력난이 반복될 경우 일본 경제를 견인해온 산업계가 동력원을 잃을 수 있다.

전력난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더 끔찍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에다 37년 만의 ‘전력사용 제한령’으로 이어진 작년 여름 전력난의 악몽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폭염을 맨 몸으로 이겨냈다.

대기업 등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1만5000여 곳은 전력 사용을 의무적으로 15% 줄여야 했다.

닛산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목·금요일에 쉬고 토·일요일에 근무하는 여름 휴일 변경제도를 실시했다.

서민들은 에어컨 대신 담쟁이 덩굴과 선풍기를 사용하고 밤낮으로 어둑어둑한 실내에서 지내는가 하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엘리베이터는 피해 다녔다.

전력 사용량을 줄이느라 고통은 컸지만 경제의 원동력인 산업계는 대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도시 풍경도 예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원전 제로 상황 자체에 들떠서 열광할 때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스트레스 테스트에 합격한 원전에 대해서도 재가동 반대를 추진하면서 원전 제로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전력사용 제한령에서 제외됐던 서일본 지역에 대해서도 강제 절전이 검토되는 등 전력난은 일본 전역으로 확대할 조짐이다.

일본 정부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합격한 원전 만이라도 가동하자고 해당 지자체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미온적인 원전 대응에 넌더리가 난 지자체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일본 정부와 지자체, 국민들은 역사적인 결정의 순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원전 대응책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통해 멈춰선 원전을 재가동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지자체와 국민은 원전 제로에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다른 대체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원전 없는 새 시대를 열 것인지, 아니면 기울어가는 일본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밀어넣을 것인지는 온전히 그들 자신의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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