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그 불편한 진실] 최고 수익률 8%라더니…가입 후 누적수익률 고작 2%

입력 2012-04-25 08:52 수정 2012-04-2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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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액연금 불편한 진실

#. 변액연금보험에 매달 15만원씩 부어 온 회사원 김모(31)씨는 2년 전 가입한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을 최근 확인해 보고 충격을 받았다. 누적수익률이 2.23%에 불과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고작 1% 남짓이다. 계약 해지를 고민하던 김씨는 해지환급금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매달 15만원씩 300만원을 300만원을 부었지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원금의 60%인 180만원뿐이었다. 그는 “연 4~8% 수익이 나온다는 보험 설계사 설명만 대충 듣고 가입했던 게 후회된다”면서 “큰 손해를 보고 해약할 수도 없으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와 같이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을 놓고 한번쯤 고민해 봤을 소비자들이 많다. 특히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이 내놓은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잘못된 계산법에 의해서 나온 수익률인 만큼 실제 수익률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보험사와 금융소비자연맹이 제시한 수익률의 차이는 작게는 2~3%포인트에서 많게는 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수익률을 둘러싼 서로 다른 생각, 외국어 같은 불친절한 분기 보고서 등 변액연금보험 속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수익률’을 둘러싼 동상이몽(同床異夢)= 똑같은 변액연금보험이지만 서로 다른 수익률 결과가 가장 큰 원인은 불명확한 용어 때문이다. 즉, ‘수익률’이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보험사와 소비자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회원이 낸 변액연금보험료 중 11% 안팎의 사업비를 떼어낸 다음 자금을 운용해 왔다. 여기에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뺀 실제 투자된 돈에 대해서만 수익률을 따져 고객에게 제시해왔다. 결국 소비자는 자신이 낸 전체 보험료의 수익률에 대해선 알지 못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 보험사에선 그동안 수익률이 4% 안팎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김씨와 같이 실제 누적수익률이 2%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신기철 숭실대 보험수리학과 교수는 “수익률의 정확한 개념은 설명하지 않으면서 최고 수익률 기록만 큼지막하게 써놓고 가입을 권유하는 것이 지금의 보험 가입 방식”이라며 “보험료 중 몇%가 사업비로 쓰이는지, 그중 얼마가 보험 판매자 수익으로 돌아가는지를 정확히 밝히도록 해야 소비자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친절한 수익률 보고서= 아울러 분기별로 나오는 수익률과 관련한 보고서도 불친절하다. 공개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알 수 없는 보험사들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수익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분기별 운용보고서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익률을 비롯한 상품정보와 운용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암호문 같은 수익률 정보는 가입자들에겐 남의 나라 언어나 다름없다. 납입 보험료 현황과 적립금, 펀드의 자산과 수익률 등 여러 항목을 공시하고 있지만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변액연금보험의 펀드 수익률 역시 주식형과 채권형, 혼합형 등 전체 펀드의 수익률만 공시할 뿐 정작 가입자 본인의 수익률은 제대로 알 수 없다. 매달 투자펀드를 바꿀 수 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직장인 김은경(37)씨는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한 이후 매 분기마다 ‘자산운용보고서’를 보험사에서 보내오지만 전체 펀드의 수익률만 공시할 뿐 정작 내 보험료가 얼마만큼의 수익을 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 “특히 소비자는 매달 투자 대상 비중을 바꿀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이도 없다”고 토로했다.

상품간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생보협회 사이트에는 729개 변액연금보험의 상품정보가 공개돼 있지만 수익률은 물론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상품별 특징은 무엇인지 전혀 비교할 수 없다. 단순하게 나열만 해놓은 셈이다.

물론 보험사들은 “국내 변액연금 상품은 대부분 사망보험과 펀드, 연금이 결합된 복잡한 형태라 수익률을 표준화해 아렬줄 수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회원별 수익률 분석과 같은 대안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액연금의 경우 연령별·펀드 편입 비중별 수익률이 달라 공시 방식이 복잡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차츰 적응해 나갈 것”이라며 “소비자가 스스로 정보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액연금보험 가입해야 할까?= 이쯤 되면 변액연금보험에 가입을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정확한 정보제공이 안되는 상황에서 선듯 가입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변액연금에 가입하기 전 우선 할 일은 자신의 투자성향을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금보험에는 시중금리(보통 3년 만기 채권수익률)만큼의 수익을 내는 공시이율형 연금과 주식 및 채권 펀드 투자에 따라 수익을 내는 변액연금이 있다. 원금을 지키고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공시이율형 연금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변액연금은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기대하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보험 가입 기간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변액연금은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않고 그전에 해약한다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각종 초기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이상 보험료를 꾸준히 내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연금으로 받거나 계약을 해지해도 이자소득세(15.4%)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때부터는 사업비도 보험료의 6~7% 수준으로 낮아진다.

따라서 장기간 유지할 수 없다면 변액연금에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20~30대 젊은 직장인이라면 멀리 바라보고 변액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고, 은퇴를 코앞에 둔 장년층이라면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가입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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