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기업]뭇매 맞고 눈치 보고…재벌은 "선거철이 괴로워"

입력 2012-04-09 08:21 수정 2012-04-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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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표 얻으려 재벌 압박…국민 '반기업 정서'만 높아져

한국 현대사에서 정치권과 재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치권은 재벌로부터 각종 자금을 지원받았고, 그 대가로 재벌에게 이권을 챙겨줬다. 반대로 정치권력과 궁합을 맞추지 못하거나, 도전한 재벌은 몰락하는 등 존폐가 위협받았다.

특히 선거철을 맞이하면 정치권과 재벌은 극과 극으로 치닫는다. 정치권이 ‘재벌 때리기’로 일관하기 떄문이다. 국민들의 불만을 재벌에게 돌려 표를 얻기 위함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있다. 총선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재계는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여야를 막론하고 폐지했던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의 부활과 재벌세 부과 등 다양한 대기업 정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재벌을 아예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선거철 마다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극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기여한 공적과 위상에도 반기업 정서가 사회 깊숙히 뿌리 내린 것은 정치권 탓이 크다”며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나 ‘특혜’만 존재했을 뿐 재계와 국민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원칙에 입각한 정책 지원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995년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한마디 한 후 괘씸죄에 걸려 곤욕을 치렀다. 이후 지난해에는 현 정부 정책에 대해 “낙제점은 아닌 것 같다”고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반기업 정서 뿐 아니라 실제 기업 경영에도 선거는 불안요소다. 다양한 경제정책 공약과 실현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 결과, 올해 양대 선거가 예년 선거보다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더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56.2%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과 달리 총선·대선 등 전국선거가 한 해에 두 번이나 치루어지면서 선거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아울러 다양한 경제정책 공약들이 발표되고 실현되는 과정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 1본부장은 “선거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거나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는 경제 현안과 기업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정치권은 경제 정책과 제도의 급격한 변화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철 마다 되풀이되는 정치권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기업인이 대권에 도전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2년. 당시 14대 대선은 ‘77세 정치 신인’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출마가 큰 관심을 끌었다. 정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느꼈던 국가 경영의 문제점을 직접 바로잡겠다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정 전 회장은 그해 1월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4월 총선에서 31석을 얻는 파란을 일으켰다.

대선에서도 정 회장은 ‘전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며 선전했지만 결국 388만표로 3위에 그쳤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민자당 김영삼 후보와 끝까지 겨뤄 ‘괘씸죄’에 걸리며 김영삼 정부 내낸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현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대선법 위반 및 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정 전 회장은 정계를 은퇴했고 아들인 정몽헌 당시 그룹 부회장이 구속됐다. 대선에 관여한 그룹 임직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선 것은 물론 현대그룹은 금융제재라는 시련을 견뎌내야 했다. 걸핏하면 들이대는 세무조사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도 1992년 대선에 출마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 후보를 밀어줬고, 출마 얘기가 발표되자 국세청이 대우실업 세무조사를 했다. 일주일 가량 이어진 조사 후 세금 700억원을 맞았다. 이후 대우그룹은 김대중 정부 때 해체된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이후 계속될 대선 정국. 그 험란한 파도 앞에서 대기업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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