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샐러리맨의 꿈]확률 1% 별 달았는데…3명 중 1명 2년내 옷 벗어

입력 2012-03-2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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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조기 퇴직 바람에 좌불안석…임원 승진해도 경쟁 압박 버티기 힘들어

임원에 대한 샐러리맨들의 꿈과 환상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회사의 ‘별’이 되기 위해 한 우물을 팠던 샐러리맨들도 옛말이 됐다. 샐러리맨들에게 ‘평생직장’은 더 이상 없다. 갖은 업무와 시간에 쫒길 뿐이다. 임원 등극은 고사하고 회사의 압박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사회이슈가 된 구조조정, 조기 퇴직, 비정규직 확대 등의 문제들도 샐러리맨들의 꿈을 갉아먹는 요인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샐러리맨들이 안정적인 미래 설계를 하기는 힘든 일이다. 이와 함께 실적 압박, 최악의 노동 강도 등은 개인 시간을 희생하게 하면서 샐러리맨들의 목을 죄어 온다.

◇임원의 꿈?…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도 안봐”= “꿈이요? 요즘 들어선 그냥 카페나 차려놓고 돈 벌며 한적하게 사는 게 꿈이죠. 어차피 회사에 계속 있어봤자 더 이상 올라가지도 못할 텐데요. 남들은 대기업에서 근무한다고 부러워하지만, 하루살이 인생일 뿐입니다.”

모 화학 대기업에 다니는 A과장의 한숨 섞인 한 마디다. A과장은 벌써부터 퇴직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A과장의 부서엔 임원이 없다. 차장급 상사가 팀장으로 앉아 있다. A과장의 부서에 임원이 없다는 것은 A과장 역시 자신의 분야에선 임원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과장은 “앞으로 임원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확률은 극히 낮다”며 “차라리 지금부터 차근차근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게 나중을 위해서 좋을 것 같다고들 주변에서 얘기한다”고 말했다.

임원에 대한 샐러리맨들의 꿈이 바래진 지 오래다. 어차피 오르지도 못할 임원의 꿈을 꾸느니 따로 살 길을 찾겠다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실제 국내 100대 기업에서 임원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로 어려운 일일까. 헤드헌팅전문기업 유니코써어치가 실시한 ‘국내 100대 기업 임원 현황 분석’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에서 임원이 될 수 있는 확률은 1%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균적으로 직원 105.2명당 임원이 1명꼴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국내 산업을 좌지우지 하는 전자, 자동차, 철강 분야 대기업에선 직원 대비 임원의 비율이 더 낮았다. 직원 400여명 당 임원이 1명인 기업도 있을 정도로 국내 대기업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바늘구멍을 꿰는 것 만큼 어렵다.

◇샐러리맨들의 사고방식 바뀐 이유는?= 이 같은 ‘암담한’ 현실과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압력들은 샐러리맨들을 수동적으로 이끈다. IMF 이후 확산된 구조조정, 조기 퇴직 바람은 사회적 압력의 일부다.

모 건축자재기업에 근무하는 B차장. ‘대기업이어서 자녀들의 학비 지원 등의 복리후생이 좋겠다’는 부러움 섞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자식들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리려면 제가 임원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죠. 임원은 커녕 그전에 내부 경쟁에 밀려서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나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업인사 및 조직문화 전문가들은 사라진 평생직장 개념이 샐러리맨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인사컨설팅업체 아인스파트너의 정세영 총괄본부장은 “과거 강했던 연공서열 문화가 지금은 많이 희석됐고, 평생 직장의 개념이 평생직업으로 변화하면서 샐러리맨들의 사고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며 “또한 과거와 달리 일과 삶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려는 샐러리맨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들의 채용 문화 변화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한 헤드헌팅업체 관계자는 “과거 국내 기업들은 공채 문화가 강했지만, 최근엔 수시 채용 문화가 많이 확산되는 분위기어서 언제든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이에 샐러리맨들의 이직이 잦아졌고, 경쟁에서 도태당하기 전에 미리 움직이는 행동방식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원이 되어도 더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샐러리맨들을 압박한다. 실제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1~2년 만에 퇴직하는 임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인스파트너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중 1~2년짜리 단명 임원들은 전체 퇴직 임원 중 32.8%에 달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C차장은 “임원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임원이 된다 해도 치열한 줄 서기와 실적 압박에 버틸 재간이 없다. 임원이 ‘임시직원’의 줄임 말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라며 “임원에 대한 위상도 과거와 달리 크지 않아 차라리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임원이 바라본 샐러리맨들의 현실은?= 국내 대기업의 몇 안 되는 30대 ‘젊은’ 임원들은 샐러리맨들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D그룹 주력계열사에서 경영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E상무(40). E상무는 외국계 기업을 거쳐 D그룹 계열사에 입사, 30대에 상무에 올랐다. E상무는 젊은 임원답게 세상을 긍정적이며 능동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임원은 영원히 계속되는 신분적 계급이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임원이 돼 퇴직과 성과에 대한 압박감은 더 클 수도 있죠. 중요한 건 이런 부분의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상무는 최근 샐러리맨들이 임원의 꿈을 꾸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임원에 오르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어렵습니다. 다만 거시적으로 우리나라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급성장하는 기업이 80년대보다 줄어들고, 90년대 후반 금융위기 이후 작아진 조직구조로 인해 예전만큼 임원을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적어질 수도 있겠죠.”

그는 이어 “예전과 달리 회사에 대한 충성이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역량을 파악하고 우수 인재를 발굴해 동기부여를 하는 등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상무는 현재 허덕이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샐러리맨들에게 이런 조언을 건넸다.

“임원은 더 이상 성공의 대명사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본인의 가치관과 어울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하는 겁니다. 내가 하는 일을 누가 대체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자문해보고 자기 일에 최고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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