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原電 사고 은폐와 후쿠시마 교훈

입력 2012-03-16 09:32 수정 2012-03-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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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정치경제부장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최고 40m 높이의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 연안 530㎞의 해안을 휩쓸고 가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평화롭던 마을이 쓰나미로 초토화 되고 배와 자동차가 둥둥 떠다니는 장면은 아직도 소름마저 끼친다. 바닷물 위 지붕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 쓸려가는 선박 위에서 간절히 구조를 요청하지만 결국 최후의 장면이 이어질때면 안타까워 비명을 질렀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일본 동북부에는 대지진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다. 산더미 같이 쌓였던 쓰레기들이 치워지고 전기와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죽음의 땅으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대지진으로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이다. 아직도 시간당 6000만∼7000만 베크렐(Bq)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는 이 지역의 재앙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561만㎦에 달하는 쓰나미 침수 피해지역이 점차 재건되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지역 만은 옛 모습 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저주의 땅이 됐다.

사고 발생 한달이 지나서야 밝혀진 고리 원전 정전 사고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원전 사고가 광범위하고 오랜기간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고리 원전 사고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비교하는 것은 너무 과장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보면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12분 정도 정전으로는 폭발 사고 안 난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일 것이다.

정전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고리 발전소 고위 간부들의 모럴헤저드도 큰 문제다. 이런 사람들한데 원전을 맡껴도 될지 걱정스럽다.

이들은 사고 당시 소장과 실장 등 현장 간부들이 모여 한수원과 원전안전위원회에 보고를 하지 않기로 긴급회의까지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파견 나온 안전감독관이 알아 채지 못하도록 원전일지에 ‘정상 가동’으로 허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리발전소의 한수원 보고 과정과 시점도 의혹이 많다.

부산시의회 의원에 의해 드러난 고리 원전 정전 사고는 지난달 9일 발생했지만 김종신 한수원 사장이 사고 내용을 보고 받은 것은 이달 11일 오후 4~5일시쯤 이라고 한다. 과연 그 이전엔 진짜 몰랐을까 의혹이 적지 않다. 발전소 고위 간부들의 한수원 보고 과정도 의혹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김종신 시장 주장대로 라면 지난 10일 고리 1호기 신임 본부장으로 부터 보고할 게 있다는 말을 듣고 11일 오후 이 본부장과 발전소장·부소장 등을 만나 사고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정전 사고를 전해 들은 부산시 김수근 의원이 3일과 7일 고리 원전 본부장 등에 사고 여부를 확인해 오자 향후 책임 소재를 우려한 신임 본부장이 정전 사고를 김 사장에게 보고해야 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보직해임된 당시 현장 책임자었던 문병위 소장은 “보고할 용기가 없었다. 윗선에서는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고 신속히 사건을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낳고 있다.

김종신 사장의 지경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시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전 사고와 같은 중대 사안을 이틀이나 지난 뒤에 보고한다는 건 안전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고리 원전 정전 사고는 허술한 관리감독체계, 엉터리 보고실태, 부실한 장비관리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이번 일로 직원 몇명 징계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계자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시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해야 한다.

당국의 원전위기관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도 이뤄어져 한다. 국가 주요시설이란 이유로 무풍지대로 가려진 원전 감시를 민간으로 확대해 사고 은폐가 없도록 해야 한다.

고리 원전은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해 지난 2007년 30년의 수명을 다했지만 가동기간을 10년 연장한 노후화된 원전이다. 이러다 보니 연간 평균 사고 횟수가 3.7건 이르고 용기가 오랜기간 노출돼 원자로의 안전성에 의문이 가시지 않는 곳이다.

정부는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점검하고 폐쇄에 따른 종합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전력공급 부족 문제는 국민들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는 예측 불가능 하다는 것을 원전당국과 한수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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