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급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이를 한달 넘게 은폐한 사실이 들어나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건을 보고한 것도 부산시의 시의원의 문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고체계와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9일 고리 1호기의 발전소에서는 계획예방정비기간을 맞아 발전소를 정지시키고 각종 기기를 점검·교체·보수 작업이 진행 중 이었다. 원자로는 6일째 완전 정지된 상태로 냉각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때 작업 중 필요한 전력은 모두 외부에서 들여온다. 외부와 연결된 선로는 모두 4개로 사고 당일 2개 선로는 정비를 위해 차단시켜 놓았다. 남은 2개의 선로 중 하나는 지속적으로 연결하고 나머지 하나의 선로는 연결했다 끊으며 테스트를 했다.
사고는 오후 8시 34분경, 작업자의 실수로 지속적으로 연결하던 선로의 전원이 차단되면서 일어났다. 12분간 외부로부터 전원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이 경우 비상전원으로 대기중인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을 해야한다. 하지만 디젤발전기마저 고장으로 불능상태에 빠졌다.
디젤발전기가 고장에 빠질 경우 원칙적으로 최후의 보루인 대체교류비상발전기를 가동시켜야 한다. 하지만 정비를 위해 차단했던 선로를 12분이 지난 8시 46분에 긴급연결하면서 대체교류비상발전기는 가동시키지 않았다.
위급한 순간 12분만에 선로의 연결에 성공했지만 이 전까지 전원 차단으로 펌프가 작동되지 않아 원자로 잔열을 잡기 위한 냉각수 순환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노심에서는 ‘남은 열(잔열)’을 제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잔열이 잡히지 않으면 노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3000℃ 정도에 이르면 연료봉(우라늄) 등 노심 자체가 녹기 시작할 수 있다. 이른바 ‘노심 용융’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터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리 1호기의 전원 상실 상태가 12분이상 지속됐더라도 노심 용융 등의 심각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작업자의 조작실수로 외부전원 차단기가 끊기고, 디젤발전기가 작동되지 않았지만 당시 외부전원이 계속 살아있었고 또 다른 대체 비상디젤발전기 가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건을 한달넘게 은폐한 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따르면 사건 당일 발전소에 근무하고 있었던 인원은 대략 100여명에 달한다. 이만한 인원수가 남았음에도 사건에 대한 은폐가 이어진 것은 큰 의문으로 남는다.
또 6일 한수원의 인사발령으로 부임한 신임 발전소장이 교체당시 사건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부산 시의원에게 확인이 들어오고서야 알게 됐다는 점도 시스템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 장관은 “관계법령에 따라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해야 하는데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문제였다”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가 마무리되면 관계자에 대한 엄중 문책을 포함해 제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