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1번지 강남. 강남 테헤란로를 지나다보면 곳곳에서 PB센터를 볼 수 있다. 돈이 모이는 곳인 만큼 부자들도 많지만 이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금융사의 PB센터 역시 집중돼 있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상대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PB센터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도 보다 많은 부자들이 찾고 자산을 맡기는 곳이 있다. 소위 ‘명품 PB센터’라고 불리는 곳이다.
신한PB강남센터는 프라이빗뱅킹 시장이 태도할 무렵인 지난 2002년 9월 문을 연 센터로 업계에서는 맏형 PB센터로 불린다. 10여 년 간 많은 노하우를 보유한 센터답게 신한PB강남센터는 현재 15명의 전문가들이 500여 명의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신한PB강남센터 진영섭 센터장은 “개인별 평균예탁금은 30억원 정도 되며 400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이 최대예탁고객”이라며 “다른 PB센터와 비교했을 때 30~40대 젊은 고객(부자)이 많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도 알아주는 신한PB강남센터의 경쟁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진 센터장은 “‘1호점’이라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직원들 사이에서 대단하다”면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을 내놓는 한편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세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팀장 6명의 힘이 ‘신한PB강남센터=명불허전(名不虛傳)’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진 센터장은 “매일 팀장회의를 진행,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고객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원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나서고 있다”면서 “팀장 6명이 센터장 역할을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센터장 7명이 일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에서 도입한 매트릭스 조직체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PB센터로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게 진 센터장의 설명이다. 진 센터장은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등 경쟁 상대가 많은 상태지만 기존의 형태로는 영업을 한계가 있었다”면서 “매트릭스 조직체제 도입으로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 유지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속 노하우 축적, 국민銀 압구정PB센터=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는 지난 2002년 문을 열었다. 초창기 외국계 은행의 서비스도 많이 참고했던 시절도 있지만 지금은 은행권에서 손꼽히는 PB센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깃들여 있다.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이현경 센터장은 “강남지역에 PB센터들이 많이 생기면서 레드오션이 됐다”면서 “금융위기 때도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해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시기적절한 상품과 축적된 노하우를 압구정PB센터의 강점으로 꼽는다. 특히 지난 2008년, 2011년 글로벌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도 수익률을 거뒀던 사모펀드를 출시해 고객만족도 제고에도 성공했다.
이 센터장은 “고객들이 손실로 힘들어 하던 글로벌 경제위기 때 그 시장에 맞는 사모펀드들을 출시해 코스피 하락대비 선방하는 수익률을 올렸다”며 “현재 우수 PB 6명이 자리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국민은행 23개 PB센터 중에 가장 먼저 오픈해 노하우를 축적한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에 강남PB센터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에 압구정PB센터장으로 부임한 이 센터장은 경쟁이 치열해진 PB시장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는 자산관리세미나를 비롯해 출시된 상품 설명과 시장 전망 등 정보전달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부쩍 수요가 많아진 세무, 가업승계, 토지보상과 같은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대부분의 자산가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경향이 있어 일관된 자세로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압구정PB센터의 경우 다른 곳과는 달리 주변에 실제 거주하시는 분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한다”고 말했다.
◇‘신흥 명문’ 하나銀 강남PB센터=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의 강남PB센터는 신흥 세력으로 꼽힌다. 삼성역 골드클럽과 선릉역 골드클럽을 모아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개점한 지 3개월 밖에 안됐지만 강남이라는 특정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부자가 고객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존 고객을 이끌어온 점도 있지만 ‘상속증여센터’를 운영해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
하나은행 강남PB센터 정원기 센터장은 “강남에 거주하는 고객이 60% 정도로 절반이 넘지만 성북구 평창동, 부산 지역 등에서 오는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13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센터에서 관리하는 고객은 5억원 이상 자산가 기준 300명 이상이다. 금융 허브에 위치한 만큼 점주권 영엽 형태가 아닌 전국구 영업을 하고 있다. 정 지점장은 관리하는 고객 중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다수 있다고 귀뜸했다.
정 센터장은 “강남 부자들은 거의 다수의 금융기관과 복수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상품의 수익률을 꼼꼼히 비교하고 정보도 굉장히 빠르고, 이들 부자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자산 운영도 강남 부자의 특징으로 꼽았다. 펀드나 주식보다는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한다.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자금이 워낙 많다 보니 굳이 대테크에서 대박을 노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 부자들의 성향이 까다롭다 보니 관계를 유지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월드센터와 함께 외환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 CEO들에게 연계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정 센터장은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영해주길 바라는 부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잠재적인 고객들도 많을 것”이라며 “PB사업이 현재는 서비스 제공 위주지만 향후에는 이익 창출원으로 자리매길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