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강남부자]글로벌 명품 주식·채권 찾아 해외로

입력 2012-02-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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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으로 투자 확대…고금리 해외 채권도 주목

# 압구정동에 사는 전업주부 A씨(53)는 지난해 말부터 유럽 현지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A씨는 중국이 올해부터 긴축완화정책을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예측하고 중국의 대부호들이 해외 명품에 다시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논현동에 사는 주부 B씨(46)는 이달 초 대기업 해외발행채권(KP·Korea Paper)에 1억원을 투자했다. B씨는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면서 105달러 수준이던 가격이 88달러까지 내려간 뒤 KP를 샀다. 채권 가격은 열흘 만에 103달러로 올라 17% 넘는 수익을 냈다.

“고수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지만 하수는 분위기에 편승한다” 이 말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의 고수들에 대해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이른바 ‘큰 손’이라고 불리는 강남지역의 부자들은 먼 미래를 보고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투자처를 넓히고 있다.

◇최근 한 증권사에서 해외주식투자를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해외여행 이벤트에 응보한 대다수의 고객이 가정주부였으며 이 중 당첨자 10명중 4명이 강남지역 가정주부로 조사됐다.

강남지역과 강북지역 A 증권사 영업점에서 근무한 지점장은 강남지역 주부들에 특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강남지역 주부들은 대체로 금융시장에 대해 해박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자산을 그냥 맡기기 보단 자신이 직접 분석하고 증권사 직원들에게 조언을 구해 투자처를 찾는다”

이처럼 스마트한 ‘슈퍼리치’ 강남지역 주부들이 국내 투자처 외에 해외로 눈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하반기 부터다.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김정일 사망 등 국가적 리스크가 붉어져 나오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의 취약성을 뼈저리게 체감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해외 개별 주식과 브라질, 인도 등 고금리 이머징마켓 채권으로 과감하게 확대한 것이다.

즉 민감한 금융시장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발 빠르게 투자처를 옮기며 수익률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김재훈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PB팀장은 “유럽 금융위기 이전에는 강남지역 자산가들이 해외쪽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라며 “이후 거액 자산가들이 해외 투자에 눈을 많이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미국·유럽 등 해외 주식시장 인기 = 삼성증권에서 올해 초 열린 강남지역 VIP를 대상으로 한 콘서트에서 이상대 강남1사업부장은 “성장과 고물가가 동반하는 역(逆)골디락스 시대엔 글로벌 명품 주식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 주부들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주식시장으로도 투자처를 넓히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 주식을 사기보단 구글, HP, 애플, 도시바 등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 상대 기업들을 함께 비교 연구하면서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주식에 집중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의 에르메스, 루이비통, 영국의 버버리, 멀버리, 이탈리아 페라가모 등 세계적인 명품 제조업체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태.

이는 현재 중국에서 도시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소비지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중국 중산층은 값이 비싸도 소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글로벌 톱 브랜드에 투자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유럽지역 주식시장이 20% 이상 급락한데 반해 이들 주식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중국 등 신흥국 부자들이 명품 싹쓸이에 나서며 실적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B 증권사 PB영업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유럽 명품기업 주식을 편입하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에도 명품시장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위기가 해소되면 급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유럽지역 증권거래 결제 건수는 4300건, 금액은 2억7500만달러에 달했다.

◇고금리 찾아 해외 채권시장 주목 = 강남지역 부자들은 브라질을 포함해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마켓 채권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금리 수준은 갈수록 낮아지는 반면 이들 이머징마켓 채권은 국가 부도 위험이 낮으면서도 높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안수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3센터장은 "발 빠른 슈퍼리치는 외국에 상장된 하이닉스반도체 KP물에 투자해 표면금리(7% 중반)에다 자본차익까지 합쳐 높은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율이 예금이자율을 웃도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에서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거액 자산가들이 이제 해외 우량 주식과 이머징마켓 채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증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경 삼성증권 PB담당 상무는 "채권이 내년 2분기에 수익률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여 1분기까지는 채권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2분기 직전부터 주식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KP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때 연 8~9%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투자 위험도 크다. 그런 만큼 섣불리 투자에 나서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채권 특성상 발행 기업이 부도나거나 기업 경영 상태에 따라 이자를 제때 못 받는 위험도 따져봐야 한다.

※용어설명

KP는 한국물(Korea Paper)의 약자로 정부나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달러 등 해외 통화로 발행한 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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