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위기의 본질은

입력 2012-01-03 10:58 수정 2012-01-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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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때부터 치더라도 세계금융위기가 터진 지 이제 햇수로 5년째가 되었다. 아마도 대공황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최소한의 교훈 덕분에, 그때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상황은 다행히 일단 피해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린슛 운운하던 미국 경제의 회복 징후는 아직도 미약하고, 유로존 사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은 도출되지 않은 가운데 긴축을 강요받고 있는 주변부 민중의 삶의 질은 피폐해져만 가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강퍅한 현실이 나아질 조짐을 체감하는 구성원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금융시장 과도한 팽창은 현재진행형 = 위기가 불러일으킨 각성과 그에 따른 재발 방지의 노력이 나름의 의미 있는 성과를 낳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념의 과잉 속에서 견고하게 자리잡았던 시장에 대한 맹신과 금융혁신에 따른 자원배분의 효율성 증대라는 미망이, 현금자동인출기 외에 금융혁신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일말의 증거라도 있느냐는 볼커 전 미 연준 의장의 일갈이나, 자신은 금융산업의 치어리더가 아니라는 영국(금융으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바로 그 영국!) 금융감독청 터너 의장의 단호한 선언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여지없이 깨어지는 장면은 자못 통쾌하기까지 하였다.

또한 금융시스템의 거시건전성을 강화하려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작업이 업계의 치열한 로비를 뚫고 느리고 부족하게나마 구체적인 제도적 결실을 맺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금융부문이 2010년 미국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보다도 높은 8.4%를 기록하였다는 보도에서도 드러나는 바와 같이, 금융부문의 과도한 팽창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 지금이야말로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워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호기라는 뒤떨어진 사고의 틀에 갇혀있는 목소리도 여전히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언뜻 동의하기 어려운 말로 들릴지 모르나, 모두가 돈을 좇는 세상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세상은 예컨대 저마다 권력을 얻으려 애쓰는 세상보다는 훨씬 낫다. 누구나 권력자가 될 수는 결코 없으나, 모두가 부자가 될 가능성은 열려있기 때문이다.

그 세상은 또한 타고난 신분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보다는 대단히 좋은 곳이다. 신분은 바뀔 수 없으나, 삼대 가는 부자는 없다지 않는가. 하지만 그 세상이 가장 훌륭한 세상일 수는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는 물신이라는 유일신이 지배하는 일차원의 단선적인 세상보다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여러 가치가 병존하는 다채로운 세상에서 사는 재미가 단연코 클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을 속이거나 제쳐서 돈을 버는 가장 손쉬운 방법에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너도나도 지대를 추구하는 세상은 공평하지도 않을뿐더러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적 관점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성공은 독차지하고 실패는 떠 넘기고 = 그렇게 보면, 지난 연말의 파이낸셜 타임즈의 사설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금융부문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그 종사자들 중의 일부가 누리는 과도한 수준의 보상에 있을 것이다.

그러한 물질적 성취를 향한 ‘금융맨’에의 선망이 성공의 과실은 독차지하면서 실패에 따른 손실은 외부로 돌리는 왜곡된 구조하에서 복잡성의 외피를 쓰고 정보비대칭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천하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현상이 지속되는 한, 위기의 싹은 계속해서 자라날 것이다.

하기야 어찌 금융만을 탓할 것인가.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우르르 경영대로 몰리고, 많은 최고의 두뇌들이 법률가로 비생산적 활동에 종사하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70년전 슘페터의 개탄이 여전히 유효한 현실에서. 그것도 그리되려는 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자가.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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